[稅부담 늘고 재정은 악화]복지에만 매달리면 국가채무 늘어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50분


임주영서울시립대세무대학원 교수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조세정책의 원칙은 공평 분배, 자원의 효율적 배분,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 유도이다. 한국의 조세정책은 이 가운데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주도 경제 개발 시기의 정책 기조가 지금까지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효율적 배분은 ‘행정 편의주의’라는 악습으로 고착됐다. 세금을 가능한 한 많이 거둬 정부가 의도한 곳에 집중 투하하기 위해 손쉬운 과세(課稅) 방법을 택한 것이다.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대부분이 1980년대 이후 부가세를 도입했다. 반면 한국은 76년부터 실시했다. 부가세는 세금을 값싸고 확실하게 걷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빈부(貧富)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최근 집값 상승과 맞물려 재산세가 지탄을 받고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 행정 편의주의에서 비롯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과세표준을 정해놓고 이에 맞춰 재산세를 걷어 왔기 때문이다. 실거래가에 맞춰 재산세를 징수해 왔다면 지금처럼 서울 강남권에 있는 5억원대 아파트의 세금이 경기 김포시의 3억원대 아파트보다 낮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세 부문이 편의주의라는 기술적 측면에서 왜곡됐다면 재정은 정책담당자의 가치관에 의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복지 분야에 재정을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복지 확충은 기업에 달려있다. 기업의 생산능력을 키워 근로자에게는 소득을, 투자자에게는 배당을 높여 자원을 재분배하는 게 이상적이다.

재정을 투입해 복지혜택을 늘리다 보면 국가채무만 증가한다. 국민 개개인에게 정부가 100만원씩을 주기보다는 기업 육성을 통해 장기적인 소득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복지와 분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도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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