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소매금융 시장 '눈독'…HSBC-시티銀 지점수 확대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7시 51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 외국의 초일류 은행들이 한국의 은행과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단기투자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와 달리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 소매금융 시장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소매금융시장을 놓고 외국계와 토종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소매금융에 관심을 갖는 외국은행들=칼라일그룹과 JP모건체이스 컨소시엄이 자신들이 갖고 있던 36.6%의 한미은행 지분 매각을 위해 10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결과 HSBC 씨티은행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 세계 초일류 은행들이 인수의향서를 접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이같이 보도하면서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기관인 테마섹홀딩스도 의향서를 냈으며 지분 매각 대금이 모두 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 고위 관계자는 13일 “우선 협상자 선정과 실사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한미은행 지분 인수 의향을 밝힌 두 은행이 최근 전업카드사 인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은행 사업을 하는데 카드사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HSBC는 최근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지분 인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HSBC는 또 지점 수를 현재 8개에서 2, 3년 안에 16개로 늘려 소매금융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에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도 소매금융을 하겠다며 국내지점을 신설했고 씨티은행도 금융감독원에 대구 대전 광주지점 신설을 신청했다.

▽외국계와 토종 은행간 경쟁이 본격화된다=최근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의 은행 매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소매금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LG증권의 조병문(趙炳文)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은행산업은 세계적 수준에서 볼 때 낙후돼 있지만 국내 가계금융시장의 성장성은 대단히 높다”면서 “특히 씨티은행, HSBC, 스탠더드차터드 은행 등은 모기지 대출과 프라이빗뱅킹(PB)에 강점을 갖고 있어 소매금융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들이 경영혁신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은행 지분을 갖고 있던 론스타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골드만삭스 등은 대부분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한 투자펀드로 다른 은행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었다.

이와 관련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최근 “투자펀드와 달리 글로벌 플레이어(세계적 대형은행)들이 국내 은행을 인수하면 상당히 힘들어진다”면서 “솔직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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