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제왕(帝王)적 CEO의 시대는 종언(終焉)을 고했다’고 밝히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는 은행들의 지주회사 편입과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인수 등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은행장의 위상과 역할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동수(崔東洙·사진) 조흥은행장은 지난주 열린 임원회의에서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제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목소리를 높여 야단치는 것이 정말 무서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리더십이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며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성과가 없으면 반드시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행장은 또 “외국인 CEO 가운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은 없다”면서 “한국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은행은 여전히 후진적인 분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흥은행 관계자는 “7월 초 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된 뒤 사기가 저하된 조직을 행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품의 최 행장이 편 반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물러난 외환은행 이강원(李康源) 행장에 이어 이 은행 경영을 맡고 있는 이달용(李達鏞) 행장 대행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행장 대행은 지난주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누가 행장으로 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권위적 CEO와는 다를 것”이라며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행장 업무와 함께 조정역할을 맡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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