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여름과 겨울철의 시골집에 비유했습니다.
비유대로라면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권이 겨울철 시골집 큰 방입니다. 여름에는 넓어서 시원하고 겨울에는 가장이 머무는 덕분에 난방이 잘 돼 인기가 높죠.
이 청장은 “국세청은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불을 조금 꺼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울 강남권의 유명학원 50곳과 투기지역 내 부동산 중개업소 231곳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계획 등 큰 방의 불을 끄는 대책을 내놓았죠.
겨울철 큰 방에 모인 가족을 분산시키는 방법은 무얼까요.
땔감이 풍부하면 다른 방에도 불을 때 엄동설한에도 따뜻하게 밤을 지낼 수 있도록 하면 간단합니다. 다른 방에 불을 땔 수 있도록 큰 방의 땔감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큰 방의 불을 꺼 가족들을 쫓아낼 수도 있으나 이는 극단적인 방법인 데다 ‘동사(凍死)’ 위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세무대책은 다른 방에 불을 지피거나 땔감을 분배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큰 방의 불을 끄겠다는 서슬 퍼런 의지만 엿보일 뿐입니다.
이 청장은 “다주택을 보유하는 게 저축보다 크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집을 파는 게 세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대책 세일즈’에 가까운 발언이었습니다.
정책 집행기관인 국세청에 땔감을 분산시키거나 다른 방에도 불을 지피라고 주문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정책 수립기관인 재정경제부나 건설교통부 등의 몫이죠.
하지만 불을 지피는 정책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 전방위식 세무조사 계획으로 불을 끄겠다고 나서는 모습도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은 집 전체가 추워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자신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추운 방을 덥히라고 충고하는 겁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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