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선자금 수사 반발]“총수 出禁 해외신인도 악영향”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7분


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구본무(具本茂) LG그룹 회장과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 주요 그룹 핵심 인사들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수사 강도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계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충격적 조치”라며 반발하는 반면, 검찰은 “수사상 필요에 의한 조치”라며 반박하고 있다.

▽재계, ‘경영 마비’ 호소=검찰 수사의 주 타깃이 된 LG는 수사의 칼끝이 SK에서 LG 쪽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다. LG 관계자는 “우리로선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재계 2위인 LG그룹 최고경영자까지 출국금지 조치한 것과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대외신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격적인 조치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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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황(李圭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회사의 투자결정과 경영계획 수립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속성상 총수 등 핵심 인사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기업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제쳐 놓고 이들의 신변문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할 말은 많지만 검찰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참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는 것을 두고 검찰은 수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세계 경기호전에 따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국내 주가 상승폭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작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A기업 관계자는 “돈을 받은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는데 기업이 어떻게 먼저 나서서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국금지 조치는 수사상 필요”=검찰은 기업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어떻게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며 출금 조치는 충분한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유식 LG 부회장과 재무팀의 조석제 부사장 등 임원진과 재무팀 실무자들에 대한 기초 조사를 먼저 벌인 결과 구 회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LG 등 일부 기업들이 공식적인 대선자금 제공 외에 별도의 자금 제공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조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돈을 제공한 단서를 상당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기업인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할 필요가 있을 경우 그때 그때 해제 신청을 받아서 경제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출국금지 대상 기업인 중에는 이미 출국금지 해제 신청을 낸 뒤 해당기업의 보증서를 제출하고 출국한 기업인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기업인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 등에 대해선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근거 없이 수사하는 것이 아닌 만큼 기업들이 너무 과잉 반응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검찰이 기업들에 먼저 자백하지 않으면 비자금 전체를 파헤치겠다는 식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임광규 변호사는 “공익을 위해선 현재 검찰이 하는 수사 방법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기업에 압력을 가해 수사를 하려면 특정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에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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