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으로는 외국인들이 이날 선물시장에서 3800계약, 현물(주식)시장에서 1100억원가량 순매도 공세를 펼치면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
LG그룹은 비자금 수사와 카드채 문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날 22개 상장·등록종목(우선주 포함) 중 21개 종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비자금 수사에 카드채 불안까지=18일 LG홈쇼핑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19일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한 증시분석가는 “대기업을 겨냥한 비자금 수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것 같다”며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그룹주들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경우 주가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비자금 수사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룹 총수들이 출국금지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송상종 피데스투자자문사장은 “LG그룹 계열사 주식은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대표적인 우량주식”이라며 “이런 회사들이 검찰의 비자금 수사선상에 올라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되면 시장 자체를 혐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SFB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LG 등 대기업으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LG카드로 인해 다시 불거진 카드채 문제는 금융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은행주와 증권주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우리은행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LG카드 채권은행단은 2조원의 신규지원 부담 때문에 하락폭이 컸다. 국민과 외환은행 주가가 7% 이상 급락하는 등 대부분의 은행주가 하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관계자는 “LG그룹이 LG카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 투신의 머니마켓펀드(MMF)에 예치해 뒀던 5000억원을 전액 인출하면서 금리가 요동치는 등 카드채 악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증시 동반 조정국면=미국 일본 등 해외증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국내 증시가 해외 증시 약세 소식에 상승탄력을 잃어버렸다.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잇따른 보복 테러 위협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18일 미국 뉴욕증시는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와 이익실현 매물이 증가하면서 나스닥지수가 1,900선 아래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9,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4일 연속(거래일 기준) 주가가 하락한 것.
유럽 주식시장도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아 하락 조정 중이다. 일본 증시는 17일 3개월 만에 다시 닛케이 평균주가가 10,000엔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증시는 현재 금융기관 대손충당금과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과 대만 증시는 19일에도 각각 2.85%, 1.25% 하락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증시가 중기 조정과정에 들어간 것 같다”며 “경제지표는 좋게 나오고 있지만 유가와 환율불안 때문에 미국 증시는 당분간 쉬는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은 “미국 증시는 연말까지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 진정되고 미국 경제 회복을 알리는 지표가 지속적으로 나오느냐가 반등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비자금 관련 기업 주가 줄줄이 급락=대부분 종목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비자금 수사와 카드채 문제의 진원인 LG그룹 계열사 주가의 하락폭이 컸다.
전날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진 LG홈쇼핑은 개장 초부터 투자자들의 ‘팔자’ 주문이 쇄도하면서 9.84% 급락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LG는 무려 12% 이상 빠졌으며 LG화학과 LG석유화학도 7% 이상 하락하는 등 22개 상장·등록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검찰이 대선자금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금호그룹의 주가도 휘청거렸다.
금호산업이 전날 11% 폭락한 데 이어 19일에도 5%가량 하락했다. 금호석유와 아시아나항공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그룹도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 각각 11%, 3%가량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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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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