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의 우려
피치는 20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은행 신용등급 평가에서 지난 6월 현재 국내 가계 대출의 11.9%를 차지하고 있는 신용카드업계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최근 한국 신용카드 업계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났다'면서 특히 채권단으로부터 신규지원을 받기로 한 LG카드와 외환은행에 재정지원을 요청한 외환카드 등의 재정상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9월말 현재 3개월 이상 카드 연체자들이 350만명으로 15개월 연속 증가했다면서 올해 들어 모회사의 지원과 신규대출 등을 통해 3조9000억원이 투입된 신용카드업계는 여전히 카드 연체 증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SK네트웍스가 전신인 SK 글로벌의 회계부정 사건 이후 대부분의 신용카드업체들이 채권시장에서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고 피치는 덧붙였다.
◆카드사가 연말까지 갚아야 할 빚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카드사에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CP)과 카드채 등 총 부채는 3조5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카드발 금융위기의 핵심 격인 LG카드와 외환카드의 부채 규모는 2조1900억원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LG카드가 1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삼성카드 7000억원, 외환카드 5900억원, 우리카드 4000억원 등의 순이다.
또 현대카드는 1254억원, 비씨카드 600억원, 신한카드 350억원, 롯데카드는 100억원을 연말까지 갚아야 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채권단과 대주주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자본확충에 힘쓰고 있다.
LG카드는 보유중인 7000억원과 12월로 예정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을 확보키로 했다. 또 채권단에 2조원 지원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외환카드는 현금서비스 한도를 일부 축소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됐지만 대주주인 외환은행 등이 조만간 자구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현대카드 등도 각각 3조원, 9000억원, 653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카드이용액 32.9% 줄어
한편 소비심리 위축으로 3·4분기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3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3.4분기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신용카드 이용 실적은 경기위축과 이용한도 축소 등으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이용액은 32.9% 감소했다.
특히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은 수수료 인상과 한도축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가 줄었고 상품 및 용역구매 위한 신용카드 이용은 22.7% 줄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 이용실적에서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에 비해 건수기준 7.7%포인트 줄었다.
특히 LG 삼성 등 비은행계 카드의 이용금액이 45.6%나 줄어 21.8% 줄어든 은행계 카드에 비해 실적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월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장수도 전년 동기대비 4.1% 감소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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