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 종목 "이유있네"…대부분 구조조정 성공

  • 입력 2003년 11월 23일 17시 27분


외국인이 몇 년 동안 꾸준히 눈독을 들이는 종목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최근 3년 이상 연속 순매수한 종목은 77개에 이른다. 이들의 주가는 올해 평균 33.39% 상승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11.89%포인트 웃돌았다.

매년 외국인의 ‘사자’ 물량이 ‘팔자’보다 많은 종목의 상당수는 장기 가치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에는 이유가 있다=2001년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의 연속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부산은행. 올해 순매수 규모만 2070억원에 달한다. 부산은행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대구은행도 3년 동안 2394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두 종목은 모두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방은행으로 생존에 성공, 해당 지역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누린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대부분 지방권역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점에서 외국인이 유사한 수익 모델에 주목했다는 해석도 있다. 최근에는 저평가 상태 및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더 올랐다.

CJ 신도리코 한섬 풀무원 오뚜기 롯데제과는 각 분야에서 절대적 시장지배력을 갖는 1위 기업들이다. 또 소비재이기 때문에 꾸준한 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STX 한진해운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은 모두 조선, 해운주에 속한다. 수주 및 운송 물량을 좌우하는 중국 시장의 급속한 성장 및 이에 따른 관련기업의 실적 개선을 외국인 눈여겨본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차원에서 업종의 활황세를 먼저 읽어낸 결과다.

LG건설과 대림, 태영, 아시아시멘트는 건설 관련 업종으로 분류된다. 대부분이 과거 무분별하게 확장했던 사업을 접고 철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태영의 경우 자회사인 SBS의 성장세에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꾸준한 관심 속 수입도 짭짤=외국인이 3년 동안 순매수한 77개 종목 가운데 70개는 모두 플러스 수익이 났다. 실적 개선까지 겹친 한진해운과 현대미포조선 등은 이 기간에 주가가 200% 이상 올랐고 대림산업과 대원강업도 126.4%, 126.7% 상승했다.

VIP투자자문 최준철 대표는 “외국계 펀드 상당수는 5년 이상의 장기성 자금이어서 거래량이 부족한 단점 등에 상관없이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에 투자한다”며 “반면 단기 수익률에 얽매인 국내 투자자들은 손놓고 있다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실장은 “한국 기업들이 오랜 기간 노력을 거쳐 만들어내기 시작한 수익을 외국인들이 시세 차익과 배당 등을 통해 챙겨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최근 3년 연속(2001~2003년) 외국인 순매수 종목 상위 20개사
종목순매수금액
(억원)
주가등락률
(%)
부산은행2,663 42.15
LG건설2,498 53.91
LG석유화학2,422 76.26
대구은행2,394 24.35
대림산업2,256 126.39
한진해운2,219 225.20
CJ1,688 24.38
외환신용카드1,131 -52.32
신도리코956 -3.82
LG화재해상보험547 42.68
한섬542 21.07
태영527 13.11
한미약품500 48.45
롯데제과446 4.13
풀무원351 34.48
STX321 156.25
금호전기310 93.39
현대미포조선304 206.49
삼일제약162 47.40
한진중공업161 96.80
자료:증권거래소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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