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00엔당 원화환율은 1096.29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해 2001년 9월 28일의 1098.62원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원-엔 환율 수준은 연중 최저치였던 올 3월 2일의 976.06원에 비해 12%, 작년 말의 999.83엔에 비해서도 9.6% 오른 것이다.
한은 이창형(李昌炯) 외환시장팀장은 “그동안의 원-엔의 디 커플링은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침체는 지속되는 등 경제의 기초체력 차이에서 비롯됐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탈동조화 심화는 카드부실 문제 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금융시장 불안과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들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한 환율방어 의지와 시장개입도 원-엔 환율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20일 한 조찬 강연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한국의 경제성장을 수출 쪽에서 뒷받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와 한은이 환율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엔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일본 상품과 경합관계에 있는 가전, 조선 등의 업체들은 이익을 보고 있다. 기계류 등 자본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업체나 엔화로 돈을 빌린 기업, 개인들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의 엔화대출이 모두 1조엔 정도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50원 이상이면 엔화 빚을 지고 있는 기업들이 차입 당시의 금리이득을 모두 잃고 손해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디 커플링: ‘원-엔 탈동조화’는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원-엔 시장이 없는 한국 외환시장에선 원-엔 환율이 엔-달러와 원-달러 환율을 토대로 정해진다. 외환위기 이후 원-엔 환율은 1 대 10의 비율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 왔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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