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찾는 日경제의 고민 "소비부진에 불씨 꺼질라"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37분


올해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타고 있는 일본 경제가 소비 부진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뉴스는 최근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본의 10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8% 상승했지만 가계지출은 0.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 정부가 발표한 실적을 바탕으로 3·4분기 경제성장률은 2·4분기 대비 0.6%로 집계됐지만 소매판매는 0.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의 상승기류는 도시바나 NEC 등 전자 업체들의 투자와 수출이 주도하고 있다. 도시바는 1999년 이후 4년간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의 3분의 1을 줄였지만 지난달 25일 메모리칩 생산을 늘리기 위해 올해 안에 자본지출을 10%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반면 매출액 기준 일본 3위 백화점 운영업체인 미쓰코시의 올해 3∼8월 수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줄었다. 5위 업체인 이세탄의 4∼9월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하는 등 소비 부진은 의외로 심각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업률이 올해 1월 5.5%로 정점을 찍은 뒤 8월부터는 매달 5.1%를 유지하는 데도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이 소비지출을 촉발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용 시장의 수치가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실질 구매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질적 여건이 악화돼 소비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국적 금융그룹인 AIG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이코노미스트인 요코야마 에이시는 “노동시장 개선이 반드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 기업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의 비중을 높이고 있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득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뉴스는 소비자들의 소득이 줄면 기업들은 고객 유인을 위해 가격을 더 내려야 하기 때문에 결국 5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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