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값 폭락이 코카인 키운다…중남미 농인들 코카인재배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37분


커피열매를 따고 있는 콜롬비아 농부. 콜롬비아에서는 최근 커피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커피 대신 코카인을 재배하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커피열매를 따고 있는 콜롬비아 농부. 콜롬비아에서는 최근 커피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커피 대신 코카인을 재배하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코카인 공급을 줄이려면 커피를 마셔야 한다?”

최근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서 커피 주생산국인 중남미 국가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콜롬비아 등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는 커피보다 수익성이 훨씬 뛰어난 코카인 재배에 나선 농부들이 급증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커피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커피가격은 3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커피산업이 지난 수년 동안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대체로 커피 산지 가격은 최종 소비자 가격의 10% 선. 재배기술의 발전으로 커피 공급은 해마다 3%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소비증가 속도는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 해에 약 1억1500만 자루(커피 무게를 재는 단위, 통상 60kg 안팎)의 커피가 생산되고 있지만 커피 소비량은 1억500만 자루에 그쳐 공급과잉이 계속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은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베트남을 겨냥하고 있다. 1990년까지만 해도 8만4000t에 그쳤던 베트남의 커피생산량은 2000년에는 95만t으로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위 생산국인 콜롬비아를 따라잡았다. 현재 커피 1위 생산국은 브라질.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즉 메이저 커피제조 회사들이 이익을 높이기 위해 값싼 커피 원두를 많이 섞어 쓰면서 커피 맛이 떨어져 수요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수요 감소는 다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커피재배 농가들은 좋은 품질의 커피원두를 생산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커피가격 하락의 후(後)폭풍=전 세계적으로 커피재배 농민은 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은행은 커피가격의 하락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6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콜롬비아는 지난 10년 사이에 커피수입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온두라스나 과테말라의 커피재배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멕시코로 몰려들거나 하층민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남미 지역 커피 생산국들이 중심이 돼 생산량 조절에 합의하기도 했으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의 비협조로 실패했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수요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커피 소비를 촉진시키 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아무도 부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래저래 커피재배 농민들에게는 힘든 시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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