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은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가 심해 과학기술 기반이 무너진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부와 국회도 이를 감안해 ‘국가기술공황 예방을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공계 교수들이 주장하는 ‘이공계 위기론’의 근거나 대책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이들은 이공계 기피의 한 근거로 고교 졸업생의 이공계 대학 지원율이 1995년 43%에서 2002년 27%로 줄어든 것을 든다. 그러나 이공계 출신들조차 아직도 이공계 졸업자들이 사회 수요에 비해 많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이 발달할수록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제조업 종사자의 비율은 줄어든다.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따르지 않으면 ‘몸값’만 더 떨어질 뿐이다.
우수 인력이 의대 등으로만 간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수능 점수가 인재를 가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기업 임원 중 많은 사람이 이른바 ‘비명문’ 대학 출신이다. 중요한 건 입학이나 입사 후 받는 교육과 훈련의 질이다.
교수들은 이공계 기피의 한 원인으로 이공계가 사회적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을 든다. 그러나 삼성전자 KT 등 대기업의 임원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인 상황에서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인문사회계는 이공계가 꺼리는 중소기업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 청년실업이 늘고 직장인이 ‘사오정’ ‘삼팔선’으로 비유되는 시대에 이공계만 안정된 직장과 높은 소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교수들이 내놓는 대책에,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공계 위기’로 포장된 현 상황이 엄밀히 말하면 ‘한국 이공계 대학의 위기’라고 본다. 이공계 졸업자가 비전을 찾지 못해 의대로 진학하고, 한국의 대학원은 비워 놓은 채 외국으로 유학가고, 기업들도 인재를 찾으러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은 무얼 의미하는가.
이공계가 정말 위기인 것은 대학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키워내지 못하는데 있다. 따라서 해법도 병역특례와 공직진출 확대 등 사회적 지원에서 찾을 게 아니라 대학의 적극적인 변신에서 찾아야 한다.
어느 과학평론가 겸 벤처기업 사장은 “젊은 과학기술인들이 인맥 때문에 드러내 말하지는 못하지만, 대학이 상아탑에만 머물고 과학기술을 현실에 접목하거나 사회에 기여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 기업인들조차 “교수들을 만나면 기업과 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는 얘기 안하고 돈 달라는 소리만 한다”고 불평할 정도다.
이공계 우수 인력들은 기업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지 않고 너도나도 안정된 교수직만 선호한 건 아닌가.
대학은 사회적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교수 후보’로 전제한 교육만 해 온 것은 아닌가.
이공계 대학은 대학간 차별성도 없이 학생 정원 늘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기업에 필요한 인력도, 세계적인 과학자도 길러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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