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적 불안심리가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상속, 증여세 부담이 늘어나면서 일부 고소득층이 세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금을 사들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10월 금 수입액은 18억2000만달러로 2001년과 2002년의 연간 금 수입액인 16억3000만달러와 17억40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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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0월에는 3억6000만달러 상당의 금이 수입돼 작년 동월 대비 78.9%, 올 9월 대비 23.1%가 각각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간 수입액은 2000년의 22억5000만달러를 넘어 4년 만에 최고치를 보일 전망이다.
금 수입액은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65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에 오른 뒤 1998년 45억1000만달러, 1999년 33억6000만달러로 줄었다.
한은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면서 밀수입되던 금이 상당부분 양성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담당자인 윤태웅(尹泰雄) 부실장은 “정치, 경제적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면서 “최근 국제 금값이 400달러를 넘나들 정도로 높아져 금의 투자가치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10월 평균 국제 금 가격은 온스(31.1035g)당 383.25달러로 작년 같은 달의 320.1달러 및 지난해 말의 346.7달러에 비해 각각 19.7%와 10.5% 상승했다.
국내 금값도 크게 올랐다.
금은제품 전문 쇼핑몰인 ‘골드바닷컴’(www.goldbar.co.kr)이 고시한 30일의 순금 도매가격은 돈쭝(3.75g)당 6만500원으로 이 쇼핑몰이 금값을 고시하기 시작한 2001년 2월 이후 최고치였다. 소매가격은 더욱 크게 올라 최근 일부 금은방에서는 돈쭝당 7만원을 넘겨 받고 있다.
10·29 부동산 종합대책 등으로 부동산을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힘들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귀금속업계 관계자 H씨는 “금은 녹여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특성상 국세청의 상속, 증여세 부과를 쉽게 피할 수 있다”면서 “세금회피와 함께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까지 겹치면서 고소득층이 금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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