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3]인터넷 쇼핑몰 '옥션' 창업설명회

  • 입력 2003년 12월 1일 17시 53분


취업난이 극심한 20대부터 직장생활이 불안한 30대, 퇴직 후 새 일거리를 찾는 60대까지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옥션 온라인 창업 설명회에 몰려든 남녀노소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취업난이 극심한 20대부터 직장생활이 불안한 30대, 퇴직 후 새 일거리를 찾는 60대까지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옥션 온라인 창업 설명회에 몰려든 남녀노소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직장이 있지만 불안하다. 내 사업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아내와 함께 오게 됐다. 일단 아내가 시작하지만 잘 되면 함께 할 생각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 인터넷 쇼핑몰 ‘옥션’의 온라인 창업 설명회에 참석한 회사원 박모씨(38·서울 용산구 후암동)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늘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옥션이 서울에서 진행한 이날 설명회에는 200여명의 예비 창업자들이 몰렸다. 옥션은 올해 상반기까지 월 1회 실시하던 설명회에 사람들이 몰리자 하반기부터 월 3회로 늘렸고, 그 중에 한번은 부산에서 개최한다.

30대 직장인뿐만이 아니다. 20대 미취업자부터 60대 퇴직자까지 창업 욕구에는 연령 제한이 없었다. 한 남성 참석자는 여성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을 보고 “아무리 온라인 창업이라지만 물건을 제때 공급하려면 험한 일도 겪을 텐데…”라며 놀라워했다.

일본을 오가며 1년 가까이 창업 아이템을 탐색해 온 김신애씨(28·여)는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고 싶어 차라리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라고 말했다.

대기업을 퇴직한 이대영씨(62)도 설명회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아직 일을 못할 만큼 늙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인터넷과 창업 방법을 배워서라도 일거리를 만들겠다. 퇴직한 친구들 중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왜 온라인 창업일까. 이들은 위험부담이 적은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경매방식으로 1개씩 팔 수 있는 데다 입점료 같은 목돈이 들지 않기 때문.

박씨는 “밑천이 그리 많지 않지만 (설명회를 듣고 나니) 내 사업의 ‘씨앗’을 뿌려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보였다.

이날 설명회는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3시간 넘게 계속됐다. 누구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아이템을 선정하는 방법부터 온라인에서 매출을 올리는 작은 노하우까지 강사의 모든 말이 좌중으로 그대로 흡수되는 듯했다.

온라인 창업이 늘면서 종이상자 수요도 늘었다. 시장에서 종이상자를 팔던 석영근씨(51)는 이날 설명회장을 찾아와 명함을 돌리고 상자 견본을 선보였다.

그는 “예전에는 대기업 납품이 많았는데 최근엔 개인이 찾아온다. 대부분 온라인 창업자들이다. 그래서 컴퓨터라고는 모르던 나도 포털사이트에 최근 광고를 올렸다”고 말했다.

초보 창업자를 도와주는 온라인 창업관리 대행업체까지 생겼다는 것이 옥션 관계자의 설명.

옥션의 조영휘 과장은 “가족이나 친척들이 오프라인에서 취급하던 물건으로 온라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말하고 “초기 밑천이 적게 들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품은 많이 드는 것이 온라인 창업”이라고 설명했다.

설명회가 끝나고 포장지 견본을 접던 석씨는 기자에게 “봤죠? 설명회에 젊은 사람들이 가득한 거. 다들 취직이 어려우니까 이런 데로 몰리는 거지”라며 혀를 찼다.

불안한 30대, 취직이 어려운 20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퇴직하는 50, 60대. 한국 사회의 아픈 모습이 한꺼번에 드러난 자리였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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