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발행 기소]검찰“CB 저가발행 3자배정은 위법”

  • 입력 2003년 12월 1일 19시 03분


검찰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에 따른 배임 책임을 물어 회사 관련자 2명을 1일 기소한 것은 이 사건의 위법성에 대한 ‘1차 결론’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에버랜드 관련자들의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의 피고발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저가발행 수혜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위법 여부의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측이 검찰이 시민단체 등을 의식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기소 배경=검찰이 1996년 12월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업무상 배임 공소시효(7년)가 끝나기 하루 전에 관련자를 기소한 것은 비상장 주식의 가치 평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우리는 배임액수(969억원)가 50억원을 훨씬 넘어 공소시효가 10년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일각의 우려 때문에 이번에 기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이 7월 SK 계열사간의 비상장 주식 맞교환 거래에 따른 배임 사건에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배임 액수 특정이 어렵다며 형법상 배임을 적용한 사례가 있어 이의 공소시효(7년)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검찰의 기소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관련자들의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돼 재판 결과가 이 회장 부자의 처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 반론 및 재판 전망=재판 과정의 쟁점은 CB발행가의 적정성 여부다. 검찰은 당시 에버랜드 주식이 최소 8만5000원에 거래된 만큼 주당 7700원을 전환가격으로 CB를 발행한 뒤 전체 발행 물량의 96%(125만4000여주)를 장남 재용씨 등 제3자인 자녀들에게 배정한 만큼 배임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계열사들도 에버랜드 주식의 주당 가격을 8만9000∼23만원으로 평가했다는 것.

하지만 삼성측은 “당시 자금이 필요한 상태에서 CB발행 외에는 방법이 없어 CB를 발행했으며 전환가격은 당시 법과 관행에 따라 적정하게 결정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93년 주주 회사들 사이에 에버랜드 주식이 주당 8만5000원씩에 거래된 적이 있었던 것도 특수관계인들 사이의 거래에서 순자산 평가 없이 거래할 경우 국세청이 편법 거래로 보고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거래한 것이며 이를 시가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회장 등 다른 관련자들의 공모 여부 및 편법 증여로 인한 조세 포탈 여부 등에 대해 향후 재판 과정에도 상당한 법리 논쟁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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