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80, 90년대 주택공급량이 절대 부족했던 시기에 대량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선분양제도가 이제는 그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아직 주택보급률은 지역적 편차가 크므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대량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선분양제도가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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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파트 후분양제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득과 실을 정리해 본다.
▽후분양제는 ‘소비자 주권’을 찾아 준다=가장 큰 장점은 주택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기존 선분양제도는 소비자가 모델하우스만 둘러보고 분양가의 80%(계약금 20%+중도금 60%)를 선불하는 시스템. 완제품을 보지 않고 사전 구입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은 침해될 소지가 많았다.
또 먼저 비용을 지불하는 데에 따른 자금 위험부담이나 건설업체가 부도날 경우 입주 지연 등 건설업체의 사업위험 부담을 소비자가 나눠 져야 했다. 후분양제는 이와 같은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후분양제의 또 다른 장점은 분양권 전매가 아예 사라짐으로써 투기적 수요가 억제된다는 것.
▽후분양제 비판론=반면 후분양제는 주택업체의 공급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택업체는 소비자로부터 무이자로 선납받던 계약금 및 중도금을 금융시장에서 자체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업체는 아파트 건설업을 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
또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금융비용이 분양가에 전가돼 분양가격도 그만큼 오르게 된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모든 주택사업이 후분양으로 전환될 경우 주택업체는 연간 21조8981억원의 선분양 자금을 금융권에서 직접 조달해야 하고 그 결과 분양가격이 △24평형과 40평형은 6.1% △32평형은 5.6%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건축 후 분양이 안 될 경우 건설업체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게 되는데 선분양 제도는 이 같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선분양을 완전히 폐지할 경우 건설업체는 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울 강남지역과 같이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집중된다”며 “이로 인해 강남 등 특정지역의 택지가격 상승,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선분양제도는 아파트 건설 시장에서 일종의 선물(先物)거래 방식이 혼입된 제도. 따라서 선분양을 억지로 틀어막기보다는 두 가지 분양방식을 공존시키는 것이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된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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