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직한 정모씨(37)는 지난달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 같은 전화를 받았다.
당시 정씨는 전세금 마련이 급해 수차례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렸는데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카드사에 1개월 연체된 대금이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대출을 거부당했다.
그렇다고 사채업자에게 손을 벌리기도 두려웠던 정씨는 “금감원이 지원한다”는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으나 돈만 떼이고 말았다.
최근 신용불량자와 연체 3개월 미만의 ‘잠재(潛在) 신용불량자’가 45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사기의 새로운 먹잇감이 된 ‘잠재 신용불량자’=금융사기를 전담하는 조성목 금감원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4년 동안 이 업무를 담당했지만 최근처럼 다양한 형태의 금융사기가 늘어나는 것은 처음”이라며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금융사기 대상자가 359만여명(10월 말 현재)에 이르는 신용불량자에서 108만명(6월 말 현재)에 달하는 잠재 신용불량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 신용불량자가 주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 잠재 신용불량자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출 신청을 할 경우 금융기관에서 대출자의 신용정보 조회를 하게 되는데 조회 기록이 모두 남게 되는 것이 이들에겐 걸림돌이다. 조 팀장은 “최근 금융기관의 신용심사가 엄격해져 신용정보 조회가 많은 사람은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능화되는 신용불량자 금융사기 수법=최근 금감원에 적발된 금융사기를 보면 금감원과 신용회복지원위원회 등 신뢰성 있는 기관을 끼고 정부의 ‘신용회복 프로그램’ 차원에서 대출해 준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또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신용회복위에서 채무재조정을 받아주겠다고 속여 대행료 명목으로 받은 30만∼60만원을 떼먹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한복환 신용회복위 사무국장은 “우편으로 접수하는 경우에 대행업체를 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는 직접 방문하는 경우에만 접수를 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을 경우 금감원 사금융 피해신고센터(02-3786-8655∼8)로 문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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