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손보업계는 지난달 1일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아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3.5% 올렸다. 당초 손보사들은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75원의 보험금을 내주고 있다’며 최소 5%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인상률은 다소 낮춰 잡았다.
곧바로 5대 대형 손보사들은 그동안 취급하지 않았던 ‘부부 한정 특약(特約)’과 ‘1인 한정 특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특약에 들면 보험료가 기본계약에 비해 20∼28%가 저렴해져 사실상 보험료 인하다.
이어 보름도 지나지 않아 금감원의 인가 없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는 ‘범위 요율’을 이용해 3∼5% 보험료를 또 내렸다.
그렇다면 지난달 초 보험료를 인상할 때의 논리는 어디로 간 걸까.
“경쟁사에서 내리니까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거죠.”(한 보험사 관계자)
금감원이 나서면서 ‘코미디’는 또 한번 반전한다. 금감원 특별 조사를 통해 보험사들이 범위 요율을 통해 내린 보험료를 이달 2일부터 원상 복귀시킨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 건전성을 감독하는 입장에서 출혈 경쟁으로 손보사의 경영이 악화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손보사들도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보험료 자율화’가 얼마나 무색한지를 보여준 셈이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趙連行) 사무국장은 “금감원이 인위적으로 보험료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자동차 보험료 자율화 취지에 위반되고 감독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보험 소비자의 불만은 한껏 높아졌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기자는 e메일을 빼더라도 한 달 사이에 10명 이상의 독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누구는 내려주면서 10년 무사고 운전자인 나는 왜 보험료를 은근슬쩍 올리느냐.”
“지난주에는 보험료를 내리더니 이번 주에는 왜 또 올렸느냐.”
자동차 보험 가입자 1400만명 시대다. 선진 경영으로 무장한 보험사들과 이에 걸맞은 세련된 정책을 펼치는 감독 당국이 아쉽다.
박현진 경제부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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