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고시장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어요. 어떤 근거로 바닥을 쳤다는 것입니까.”(중고차매매 전문회사 삼진자동차 성부경 사장)
재정경제부가 2일 ‘경기가 3·4분기에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발표하자 경제 현장에선 ‘당치도 않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온다. “저점을 통과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외식업체 베니건스 박준석 부장)는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체감경기는 아직도 썰렁하다.
▽내수경기는 아직도 어두운 밤=백화점업계 기상도도 잔뜩 찌푸려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12월 세일 실적이 재작년 12월(작년 12월에는 세일이 없었음)보다 20% 이상 줄었다. 내수는 내년 4·4분기에 가서나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백화점 이창원 부장도 “내수는 아직 회복 조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류업계도 마찬가지. 두산 신동규 차장은 “경기가 좋아진다면 위스키 소비가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이 없다”고 밝혔다. “경기회복 조짐을 못 느낀다”(국순당 이준석 과장), “전국 지점에서 올라오는 일일 시장동향에서 나아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하이트맥주 유경종 차장)는 말도 이어진다.
자동차 내수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의 11월 중 내수판매는 작년 동기에 비해 31.3%나 줄어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조업을 전면중단해야 했다. 중고차매매 전문회사 삼진자동차의 중고자동차 매매는 10월에 45% 준 데 이어 11월엔 50% 감소했다.
가전업계도 경기 회복 기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필립스전자코리아 맹중호 부사장은 “내구재 성격이 강한 가전제품 판매가 매우 부진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동대문과 남대문 등 전통시장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잇단 부동산가격 안정 대책 등으로 부동산경기도 썰렁하다.
▽봄은 언제쯤 올까=재경부의 ‘3·4분기 경기저점’ 선언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가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다시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LG홈쇼핑 이혜영 과장은 “4·4분기에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으나 LG카드 사건이 터지면서 회복 기미가 사그라졌다”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 김정선 차장은 “11월 들어서 백화점 매출 하락률이 감소하고 일부 품목군은 신장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심리가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 120개사(응답 기업은 91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조사한 결과, 내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64.8%에 달했다. 변화없다(19.8%)와 악화 또는 매우 악화될 것(15.4%)보다 훨씬 많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산업은행이 제조업체 1218개사를 대상으로 체감경기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의 제조업 BSI는 116으로 올해(80)보다 훨씬 높아졌다. 경기회복 예상 시기는 1·4분기 중 회복을 전망한 기업의 비중이 39%, 2·4분기가 43%로 대부분 상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았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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