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요즘 윤리경영이라는 말을 부쩍 자주 거론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정부(정치권 포함)-시민단체-기업’이 참여하는 반(反)부패 3자 연대 구성을 제안했다. “정치자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자금을 낼 수 없다”는 것. 9월 열린 ‘윤리경영, 정도(正道) 경영을 위한 특별간담회’에서는 반(反)부패 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사무국에 상무를 팀장으로 윤리경영TF를 구성했다. 기업윤리학교 개설, 윤리경영 모범기업 사례발표 등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윤리경영상을 제정해 내년 중 시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경련은 아직 상당수 국민에게 ‘재벌의 이익단체’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단체, 전경련 맞아?”라며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국성호(鞠成鎬) 전경련 윤리경영TF 팀장(상무)은 “전경련이 주도한 일련의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기업윤리헌장을 보유한 기업이 1999년에는 21.8%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59.9%로 급증했다.
▽한계도 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전경련의 국면타개용 카드로 평가절하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전경련은 전에도 몇 차례나 달라지겠다고 결의했지만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다”며 “윤리경영도 이벤트성 행사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윤리경영은 투명경영 및 회계, 기업지배구조 정립 등은 가볍게 다루는 반면 ‘직원비리 근절 쪽에 무게가 쏠려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윤리경영상 제정과 관련해 연초 산업자원부와 전경련이 함께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 같은 불일치 등 때문에 공동사업이 무산됐다.
실제로 전경련이 대주주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주식회사의 원칙’과 모순되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달 25일에는 ‘외국인 투자동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면서 경영간섭이 심해지고 있다”며 그 사례들을 열거했다.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행사를 ‘간섭’으로 해석한 것이다.
▽변신노력은 시대적 산물=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의 변신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경련 조사본부 이승철(李承哲) 상무는 이렇게 설명했다.
“개선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각 기업 구조본부와 재무팀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정치자금 개혁을 원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강경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실감했다. 우리는 회원사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했을 뿐이다.”
전경련이 제안한 ‘반부패 3자연대’에 대해서는 반응이 갖가지다. 반부패국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와 정부의 부패방지위원회는 “한번 논의해보자”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반면 경실련과 참여연대는 “좋은 제안이지만 전경련이 변신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다. 핵심고리인 정치권은 정쟁에 바빠서인지 아무 반응이 없다. 그렇다면 전경련이 일각의 회의적 눈길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지난달 전경련이 개최한 기업윤리학교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은 시사점을 준다. “사내에서 윤리경영을 독려하다가도 최고경영진이 연루된 사건이 터지면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보다 본질적이고 파급력도 큰 ‘최고경영진의 윤리’가 정착되도록 전경련이 선도해야 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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