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에 검찰 수사관 11명이 들이닥치자 롯데 직원들은 일손을 멈추고 사무실 밖에서 초조한 모습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
한때 롯데측이 사무실 내 금고 열기를 거부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곧 금고를 열었고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시작 5시간 만인 오후 3시반경 박스 7개 분량의 회계 및 법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파일 등을 압수해 사무실을 떠났다.
압수수색에 참가한 한 검찰 관계자는 “대비를 해서인지 서류 등이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 검찰 수사관 10여명이 들이닥친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에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해왔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왔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마무리짓기 위한 마지막 수순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측은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그룹 경영과 재무를 총괄하는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에 초점이 맞춰진 데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는 1997년 롯데그룹의 기획조정실이 폐지된 뒤 신설된 부서. 그룹 내 사업 계획과 재무 등을 총괄하는 사실상의 구조조정본부인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영수증 처리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대선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룹의 심장부인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롯데의 많은 계열사 가운데 롯데건설을 겨냥한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 검찰이 ‘최근 3, 4년간 급성장을 해온 데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건설업의 특성상 회계 처리가 불투명해 타업종보다 비자금을 만들기 수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박형준기자 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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