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무리한 외형경쟁을 벌여온 카드사에 있지만 적절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한 감독당국에도 있기 때문이다.
LG카드의 경우 10월 중순부터 연체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10월 말 증자계획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에서 LG카드의 자금난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감독당국은 “카드사 대주주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만큼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드업계 위기론’을 평가절하했다.
감독당국은 11월 14일에서야 LG카드 경영진 및 채권은행장들과 만나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이미 LG카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뒤였다.
이에 앞서 8월 25일 금감위가 신용불량자 지원을 적극 독려한 것도 정책 실패로 꼽힌다. 이후 쏟아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파격적인 채무탕감안이 카드 연체를 늘리고 카드 부실을 확대재생산했기 때문이다.
임병철(林炳喆)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드사들이 연체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 조달 일정이 망가진 것이 카드사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1999년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등 각종 카드 관련 법안을 만들었던 재정경제부야말로 오늘의 카드 위기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편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원이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감사에 나서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감사원 감사로 LG카드의 매각 등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감위의 활동이 위축되면 사태 수습이 지연되면서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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