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과 석유회사들은 앞 다퉈 중국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석유 이해관계를 놓고 중동지역에서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 1∼10월 중국의 석유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0년 중국의 석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400만배럴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중국의 석유 수입은 하루 평균 1000만배럴로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미국의 현재 수입 규모와 맞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수입국으로 부상한 것은 중국의 제조업 활황 덕분. 90년대말 아시아의 경제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내수침체를 막기 위해 사회간접자본을 대폭 늘리고 서민들의 주택구입을 쉽게 한 것도 석유 수요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중국은 1960∼70년대 적극적인 유전 개발에 나서 석유 매장량의 상당 부분이 고갈됐기 때문에 현재 자체 공급량은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고민해온 산유국들은 중국의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국제유가(油價)를 배럴당 평균 30달러선 안팎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엑슨모빌 석유사와 함께 중국에 대형 정유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중국은 러시아, 이란, 이라크 등 다른 주요국들과도 공동 유전개발 공사에 나설 예정이다. 올 6월 석유 매장량이 많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총리는 카자흐스탄의 유전 파이프라인을 중국 국경지역으로 연결시키는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과 산유국들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껄끄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 주도로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 개선’에 관한 특별 보고서까지 만든 미국 정부는 중동지역에서 ‘석유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데 중국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조건으로 산유국들에게 첨단무기 제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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