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땅살때 용적률 규정 확인을"

  • 입력 2003년 12월 9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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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노선상업지역 500평을 150억원에 매입한 부동산 개발업자 양모씨(50·서울 강남구 역삼동)는 요즘 곤경에 빠졌다.

업무용 빌딩을 지을 계획으로 3필지로 나뉜 땅을 각각 매입했지만 관련 법규가 바뀌어 계획했던 용적률(바닥면적 대비 건물 지하층을 뺀 연면적 비율)을 받지 못했기 때문.

사정은 이렇다. 도로변을 따라 폭 12m 거리로 지정된 노선(路線)상업지역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으로 혼합된 경우가 많다. 기존 건축법에 따르면 토지가 이처럼 2개 이상 용도지역에 걸쳐 있을 경우 대지 중 넓은 용도지역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양씨가 구입한 500평처럼 상업지역 300평, 주거지역 200평으로 나뉘어 있으면 기존 법에 따르면 전체 부지를 상업용도로 인정받아 용적률을 800%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에서는 대지가 2개 이상 용도지역에 걸치면 각 용도지역 규모가 330m²(100평)를 넘을 경우 이를 각각의 용도에 맞게 적용토록 했다.

양씨는 300평은 상업지역으로 인정받지만 나머지 200평은 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을 250%까지만 받을 수 있는 셈.

용적률 800%를 계산하고 부지를 매입한 양씨로서는 기형(畸形) 건축물을 짓든, 땅을 포기하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이런 사례는 비단 양씨뿐만이 아니다. 실제 강남구의 도산대로, 강남대로, 봉은사로, 언주로 등 노선상업지역에서는 이처럼 하나의 대지가 필지별로 용도가 따로 규정된 경우가 많아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노선상업지역은 이미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어 빈 땅을 찾기는 어렵고 결국 저층 건물을 매입해 대형 빌딩을 건축할 수밖에 없음에도 상충하는 두 법안이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007(www.b007.co.kr) 이주화 실장은 “최근 용적률 강화와 토지 가격의 상승으로 강남지역의 토지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노선상업지역의 처리 문제는 대형 빌딩이 들어설 가능성을 떨어뜨려 넓은 강남 땅을 좁게 사용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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