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국민총소득 5년만에 뒷걸음…작년 同期대비 0.2%줄어

  • 입력 2003년 12월 9일 18시 56분


올해 1∼9월의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다는 것을 뜻한다.

또 극심한 설비투자 부진으로 3·4분기(7∼9월)의 국내 총투자율은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GNI 잠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3·4분기 중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GNI는 109조7586억원(1995년 불변가격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0.9% 증가해 2·4분기(0.2%)에 이어 2분기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1∼9월의 누적 실질 GN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감소했다. 1∼9월 누적 기준으로 실질 GNI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1998년 1∼9월의 ―9.8% 이후 처음이다.

국내 총투자율은 23.9%로 작년 동기의 24.6%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1·4분기(23.5%) 이후 6분기 만에 최저치다.

▽실질구매력은 떨어지고 투자 부진은 갈수록 심화=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1·4분기(1∼3월)에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유를 비롯한 수입품의 가격이 크게 높아져 실질 GNI가 ―1.8%로 크게 낮아지고 교역조건이 악화됐던 것이 실질 GNI가 악화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GNI가 마이너스를 보인 이유는 수입품 가격의 상승에 따른 현상이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과 동반해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 부진으로 총저축률은 높아지는데도 국내 총투자율은 오히려 하락한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3·4분기의 총저축률은 작년 동기 대비 0.8%포인트가 상승한 28%였다. 반면 국내 총투자율은 23.9%로 작년 1·4분기의 23.5%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박진욱(朴鎭旭) 한은 국민소득팀 차장은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저축률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렇게 쌓인 돈이 설비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출경쟁력도 떨어진다=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 움직임을 반영하는 실질 무역손실 규모를 보면 올해 GNI가 하락한 이유를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3·4분기 중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액은 전분기보다 11.8%가량 급증한 24조4064억원이었다. 이 같은 손실액은 이전까지 손실액이 가장 컸던 지난해 4·4분기(10∼12월)의 24조191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조성종(趙成種)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 같은 현상은 수출기업들이 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런 구조에서는 전체 수출액이 늘어날수록 실질 무역 손실도 확대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10월에도 수입 물가가 전달보다 3.1% 상승한 반면 수출 물가는 1.2% 오르는 데 그쳐 4·4분기의 교역조건 역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신석하(辛석夏) 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가 수출품의 질적 경쟁력을 높여 교역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총소득(GNI)▼

한국 국민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 실질 GDP와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損益), 해외투자 증권 등에서 얻은 이자나 배당소득, 한국 근로자가 해외에서 받은 임금 등을 포함해 계산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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