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달 국민주택채권]무기명 추적어렵고 현금화 쉬워

  • 입력 2003년 12월 10일 23시 36분


삼성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을 전달할 때 ‘국민주택채권’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채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무기명 채권이어서 추적이 불가능한 데다 현금보다 부피도 작고 무게도 가벼워 전환사채(CB) 등과 함께 돈세탁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다.

또 시중에서 일정액을 할인하면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

채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주택채권의 하루 거래량은 93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채권의 정상적인 시장 할인율은 11∼12%. 따라서 삼성이 112억원을 준 것은 이 같은 할인율을 고려해 100억원을 맞추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또 이 같은 채권을 월간잡지처럼 보이도록 묶어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현금박스’나 ‘차떼기’처럼 눈에 띄지 않는 이 같은 정교함 때문에 ‘삼성답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는 국민주택채권이 뇌물수수나 돈세탁 등의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4월부터 국민주택채권의 발행방식을 실물발행에서 등록발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즉 현물채권은 없고 채권구입자의 신상명세를 전산 등록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새로운 채권매입자를 새로 전산에 등록하는 것.

주택을 산 뒤 소유권 등기를 낼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발행은 건설교통부 장관의 요청을 받아 재정경제부 장관이 발행한다. 채권액은 주택 시가표준액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로 발행되며 연리 3%, 5년 만기 조건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주택채권의 발행 잔액은 22조5000억원에 이른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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