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부실대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금융 감독체계에 대해 전면적인 특감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직후 한국은행의 통화신용 정책까지 감사 대상으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감사원 내에서는 이를 내년 감사정책 방향이 그동안의 직무감사에서 정책감사 위주로 바뀌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정책감사 본격화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올 상반기 각 부처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실적이 미흡한 과제는 없었는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 내년도 감사정책 전반에 걸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청와대와 사전에 호흡을 맞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감사와 관련해 “신용카드 부실대책으로 금융시장 마비위기까지 벌어진 것은 감독기능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제대로 움직였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안을 중심으로 감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행의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은 외환보유액이 1000억달러를 넘었을 때부터 운용의 효율성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제기됐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은에 대한 감사가 자칫 재정경제부 편을 들어주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은 외환정책에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반면 재경부는 탄력적 운용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원은 한은이 통화신용 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용해온 배경에 기관 이기주의나 무사 안일한 공직자세는 없었는지 살펴보는 ‘직무감찰’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때가 되면 찾아가는’ 형식적인 감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전 원장이 문제가 드러난 정책실패에 대한 기획감사에 주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건수 위주의 적발감사가 지금까지의 관행이라면 앞으로는 미리 문제점을 찾아낸 뒤 현장조사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감사의 기본 틀을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우선 경제부처가 집중적인 감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책현안에 간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처 자율에 맡겨놓았지만 부처간 정책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드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미 사전조사에 착수한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해서도 공기업으로서의 경영 효율성과 인력운용의 적정성 등을 파헤치기로 해 공기업 경영개선 작업에도 개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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