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하나, 안하나=LG카드 감자 실현성 여부는 템플턴의 LG카드 지분 매집을 계기로 더욱 의견이 분분한 상태. 템플턴은 지난달 이후 LG카드 주식 716만주를 장내 매수해 LG카드 지분이 기존 5.39%에서 11.35%로 높아졌다.
LG카드 주가는 9일 오후 템플턴의 지분매입 공시가 나온 뒤 10일까지 이틀 동안 10% 이상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는 템플턴이 LG카드의 감자 가능성까지 계산해 본 뒤 감자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추가로 LG카드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해석한다.
한화증권 구경회 책임연구원은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원매자들의 인수경쟁이 붙어서 영업권을 높게 인정해 주면 감자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템플턴도 이런 판단에 따라 LG카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되지만 2005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어 감자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LG카드 매각과정에서 감자는 불가피하고 이런 점 때문에 ‘추격 매수는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채권단 실사 결과 잠재부실 자산이 얼마나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각 과정에서 100% 감자는 물론 채권단의 부채탕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환대출 관련 대손충당금 규모가 매우 부족해 실사 결과 자본잠식 규모가 적게는 1조원, 많게는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3자 매각이 이뤄지기 위해서 감자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계 투자회사의 LG카드 지분 매집을 ‘호재’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템플턴은 LG카드 주식 왜 샀나?=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알려진 템플턴이 LG카드 주식을 매입한 이후 개인투자자 반응은 두 가지로 갈라졌다. 하나는 “템플턴이 LG카드를 선택했다면 회생 가능성을 믿어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생 여부가 불확실하고 감자 가능성도 높다”며 경계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물론 감자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높았다.
증시에서는 일단 템플턴이 ‘내재가치보다 훨씬 싸다’와 ‘언젠가는 좋아진다’는 판단으로 주식을 산 것으로 보고 있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템플턴은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나 증자로 인한 주식가치의 희석 문제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템플턴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치투자 방식과는 달리 변동성은 크지만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신흥시장에도 투자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가치투자 범주에서 벗어나기도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주식전문가는 “템플턴에 투자한 실제 돈 주인이 누군지 불확실해서 투자 배경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추가 매입하는 ‘물타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
프랭클린템플턴 그룹에 속한 투자회사. 템플턴 그룹은 가치투자와 함께 ‘최악의 시점’에 뛰어들어 수익을 올리는 투자 패턴을 보여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당 1달러 이하의 주식을 몽땅 사들여 큰 수익을 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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