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3월 설립할 예정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공사)에 이 같은 유동화 역할을 맡기되 코모코를 합병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14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4월 시작된 메릴린치와 국제금융공사(IFC)의 코모코 지분 17.8%(200억원 상당) 인수협상이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기지제도 차질 우려=협상 실패시 정부는 코모코의 주주총회에서 공사에 영업을 양도하는 결정을 이끌어 내거나, 경쟁체제로 가면서 코모코 외국인주주들의 합병 승복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 경우 모기지 시장을 놓고 정부가 최대주주인 2개 기관이 다투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다. 코모코의 전문인력 40여명이 갖고 있는 4년 동안의 유동화 노하우도 초기에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끝내 합병이 안 되면 코모코의 정부 지분(358억원)을 현금화해 공사에 출자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국민주택기금으로 메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자본금 및 모기지 대출 규모(자본금의 50배)는 합병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약속대로 된다는 설명.
▽협상 난항=외국인주주들이 요구하는 코모코 지분의 가격은 주당 1만7500원으로 정부가 제시한 5700원의 3배가량에 이른다. 이들은 한국 모기지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근거로 영업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는 △코모코가 발행한 유동화증권 2조4764억원의 98.6%인 2조4418억원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몰아준 국민주택기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될 정도로 모기지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고 △전체 수익 가운데 수수료 비중이 62%에 이르는 등 수익성도 나빠 그 정도의 프리미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한편 지난해 6월 코모코가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때 공모 예상가격이 5000∼5500원으로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코모코 이사회는 코스닥 등록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대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당시 메릴린치와 IFC는 유상증자에조차 불참했다. 메릴린치 홍콩법인의 캐롤 리 부사장은 지분 가격을 1만7500원으로 산정한 근거를 묻자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모기지 ▼
정부기관이 은행의 주택저당채권(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 투자자들에게 팔고 여기서 확보한 대금을 은행에 넘겨줘 은행이 다시 대출에 나설 수 있도록 한 제도. 이에 따라 20년 이상의 장기대출이 활성화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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