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 산업銀-우리금융 부상

  • 입력 2003년 12월 16일 17시 46분


LG카드 채권단은 다음 주 중 8개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LG카드 인수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받아 연내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또 LG카드와 LG투자증권을 '패키지'로 인수하되 인수자가 결정될 경우 유동성 지원조건으로 받은 구본무(具本茂) 회장의 ㈜LG 지분 5.46%를 돌려주기로 했다. LG그룹은 이에 따라 16일 LG투자증권과 LG카드의 경영권 포기 확약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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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G카드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올랐던 하나은행이 이날 "LG카드와 LG투자증권 인수를 검토한 사실조차 없다"고 밝히면서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가 단독,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채권단과 LG그룹 합의=LG그룹은 이날 LG카드와 LG투자증권 경영권 포기 확약서와 함께 LG카드가 발행하는 회사채 8000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매입하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LG카드 채권단은 다음 주 중 우리 하나 산업은행 등 8개 채권은행으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아 연내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또 LG카드에 이미 대출해준 1조원을 출자전환(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고 그동안 채권단과 LG그룹간의 가장 큰 쟁점이 됐던 구 회장의 담보를 돌려주는 문제는 인수자가 선정될 경우 이를 담보에서 풀어주기로 합의했다.

▽난항을 겪는 인수자 선정=LG카드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하나은행이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LG카드와 LG증권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채권단은 그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의 입장이 '현 조건으로는 인수할 수 없다'는 것으로 시간을 끌어 인수 가격을 깎거나 정부로부터 외곽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LG카드 실사(實査) 결과 순손실액이 4조원에 육박해 인수 후에도 지원해야할 금액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가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내주에 입찰을 붙이기로 한 것은 산업은행 인수를 위한 '명분 쌓기'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LG카드와 LG증권을 일단 인수한 뒤 시간을 두고 별도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비(非)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LG카드와 LG투자증권을 동시에 인수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 있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 당국자는 "산업은행이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공적자금으로 LG카드를 지원한다는 비난이 거셀 테고 우리금융지주는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다"고 밝혀 LG카드 인수자 선정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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