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조성의 실무 작업을 맡고 있는 김영재(金暎宰) 전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은 17일 일부 기자와 만나 “경제계의 명망 있는 인사 10명 정도를 중심으로 설립추진위원회의 윤곽이 잡혔다”며 “LG카드 문제가 마무리되면 이를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장관은 연기금과 금융관련 협회, 기업 등을 대상으로 3조원가량을 모아 현재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라며 “출범 시기는 내년 1, 2월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만드나=김 전 대변인은 “이 전 장관이 최근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하면서 드러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위기 후 외국자본이 들어와 선진 금융기법을 전파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외국계 펀드가 인수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 기업 대출을 기피하는 등 단기적인 자본이득을 챙기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전체 대출의 54%(11월 말 현재)를 기업에 대출해 주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이 전 장관은 고민하고 있다.
▽가능성 어느 정도인가=내년부터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금융의 지분 50%를 확보하는 데만 2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전례가 없었던 거대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느냐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최근 이 전 장관과 만난 이종구(李鍾九) 금융감독원 감사는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구조조정회사 대표는 “의미 있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경제 관료를 지냈던 인물이 연기금 등의 자금을 모아 정부 주도의 외국계 대항 펀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과거 외국자본 유치의 전도사였던 이헌재 전 장관이 몇 년 뒤 그 반대의 역할에 선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변인은 “‘관치(官治) 금융’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설립추진위 출범과 펀드 조성 후 경영진 구성까지만 마치고 이 작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강한 의지”라며 “자금 조성과 관련해 접촉한 인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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