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채권단은 17일 8개 채권은행에 LG카드 투자참여요청서를 발송했다. 또 LG그룹은 이날 금융사업 포기를 공식 선언하고 LG카드를 연내에 그룹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LG그룹의 금융사업 포기=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이날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금융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LG카드를 올해 안에 LG그룹 계열에서 분리하기로 하고 LG카드 주식에 대한 처분권 및 의결권을 채권단에 위임했다.
특히 LG그룹이 인수할 예정인 LG카드채 8000억원은 인수은행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LG그룹 개인대주주와 ㈜LG가 상당 부분을 인수키로 했다. 나머지는 자금여력이 있는 LG계열사들이 시장 실세금리를 적용해 매입할 예정이다.
㈜LG 정상국(鄭相國) 부사장은 “LG계열사가 카드채를 매입해도 이제는 리스크가 적어 계열사를 동원해 지원한다는 시비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 빠른 매각 절차=금융감독원은 이날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LG카드가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중도 환매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LG카드가 발행한 ABS는 국내 7조원, 해외 1조원 등 모두 8조원에 달한다.
8개 채권은행은 20일부터 27일까지 LG카드에 대한 실사(實査)를 거쳐 30일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3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같은 날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한다.
한편 16일 끝난 LG카드의 유상증자 청약 마감 결과 구(舊)주주들의 청약률은 75.54%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권된 904만9827주에 대한 일반인 청약은 18, 19일에 진행된다.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유력한 LG카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하나은행은 16일 “현재 상태로는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가 LG투자증권이란 보너스가 얹어지자 인수 검토로 돌아섰다.
금융계에서는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을 2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가(時價)로 사야 하는 LG계열사 보유 지분(16.88%)의 가격이다. 이에 따라 LG카드와 증권을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현금 동원 능력. 하나은행은 본격적인 금융지주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장 자금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도 우리카드에 최대 6000억원을 증자할 계획인 데다 오랫동안 끌어 온 대우증권 인수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이 외국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인수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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