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의 블루칩(대형 우량주)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보기술(IT)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동차와 은행 분야에서는 매수를 늘리는 데 반해 IT업종에서는 발을 빼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올 4·4분기(10∼12월)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초까지는 다우 강세, 나스닥 약세의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도주 이동=이달 들어 17일까지 다우지수는 2.5%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3.4%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락률은 10%에 이른다.
다우와 나스닥의 향방이 엇갈리고 있는 데 대해 ‘주도주 교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미 너무 올라버린 IT주보다는 가격 매력이 있는 제조업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는 44% 오른 데 반해 다우지수의 상승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 수준이다.
월가의 일부 유력전문가들은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제너럴모터스 등 올해 주가상승률이 10% 안팎에 그쳤던 블루칩이 내년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IT경기 회복 가능성을 너무 일찍 주가에 반영해버린 IT주는 최근 반도체가격 하락과 맞물려 적어도 연말까지는 투자를 보류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내년 미국 기업들의 IT분야 신규수요가 2∼3%대의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IT주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자동차·은행 뜨고, IT 지나=‘탈(脫)IT 현상’은 국내증시의 외국인 매매 동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기전자업종에서 36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78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자동차주(2330억원)와 은행주(2220억원). 자동차는 경기회복시 가장 수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LG카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은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하나은행은 12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에 올랐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구(舊)경제형 제조업주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하다”면서 “IT주는 크게 하락하지 않겠지만 당분간 상승률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석생 우리증권 연구원은 “최근 IT주는 ‘속도 조절’ 단계에 있다”면서 “자동차, 유통, 화학업종의 대표주 위주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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