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전공 살린 여성2人 창업기]열정을 파니 돈이 따라오네요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8시 24분


장이미지연구소의 장소영 사장. 사진제공 장이미지연구소
장이미지연구소의 장소영 사장. 사진제공 장이미지연구소
《‘열심히 하면 성공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대성(大成)한다.’ 설사 크게 성공은 못하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어려운 창업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창업전문가의 설명. 창업e닷컴의 이인호 소장은 “유행업종을 좇아 창업하는 것보다 자신의 경력과 적성을 살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컨설팅 장소영씨 ▼

▽의상학 전공 살려 이미지컨설팅 창업한 장소영씨=‘너무 좋아한다’는 대답이 금방 튀어 나왔다. 장이미지연구소(www.jangimage.com)를 운영하고 있는 장소영씨(42)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되찾은 고객이 감사 전화를 해 올 때마다 일하는 재미가 솔솔 난다”며 “내가 이 일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창업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가 하는 일은 일반인을 상대로 의상과 화장, 화술, 예절 등을 가르쳐 세련된 이미지를 가꾸도록 도와주는 일.

장 사장은 1985년 대학 졸업후 전공인 의상학을 살려 무대의상을 만드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5년간 의상디자인 일에 매달린 후 메이크업과 의상코디 분야로 영역을 넓혀 방송 출연자나 광고모델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스타일리스트’로 10여년을 일했다.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를 다니면서 일반인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조금씩 창업을 준비했다. 수강생 중에 누가 ‘친구도 좀 봐주라’는 부탁을 하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경험을 쌓았다. 다양한 사람을 접하는 것이 사업 밑천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잘 모르는 화술(話術)분야 전문가와도 인맥을 착실히 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 졸업 후 15년 만에 세운 것이 장이미지연구소. 백화점과 학원 등에서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고객들이 사업초기 많은 힘이 됐다.

그는 “외환위기 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정말 힘든 경우가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 하나로 버텼다”며 “연예인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이미지 컨설팅이 더욱 요긴하다는 것을 알게 된 요즘은 당시 그만두지 않은 것을 너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창업자에게 “돈도 받고 고맙다는 인사도 들을 정도로 정성껏 하지 않으면 내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다”며 “창업을 한 뒤 이런 정성어린 서비스를 하려면 자신의 적성을 잘 파악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선생미술교육 청주 흥덕지사의 이선영씨. 사진제공 창업e닷컴

▼미술교육사업 이선영씨 ▼

▽미술전공 살려 홍선생미술교육 지사장 도전 이선영씨=홍선생미술교육 청주 흥덕지사장을 하고 있는 이선영씨(29)는 사회 경험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창업에 나선 경우.

아이를 낳고 100일이 채 안됐던 2년 전 어느 날 신문에서 ‘방문형 미술교육 사업’을 처음 알게 된 이씨는 곧바로 남편 직장으로 전화해 창업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미술교육을 전공한 이씨는 평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했기 때문.

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아 두었던 1500만원을 남편으로부터 받아냈다. 그리고는 청주 시내에 사무실 자리까지 미리 봐두고 해당업체 본사가 있는 창원까지 달려가 계약했다.

몸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새벽에 일어나 전단지를 돌리는 일도 직접 했다. 방문교육을 담당할 미술교사를 찾기 위해 친구와 후배들에게 전화도 많이 했다.

“처음엔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죠. 사회 경험도 없는 젊은 주부가 창업을 하니 불안해 보였던 거죠. 시작할 때 서툰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회원 200여명을 확보해 전국 1위 지사가 됐습니다.” 사회 경험 부족으로 고비가 닥쳤다. 교사들은 수당 중심으로 월급을 주는데,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조금씩 더 얹어주다 보니 나중에 이것이 알려져 분란이 일어난 것. 이일로 홍역을 치른 이씨는 “그때는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저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만두지 못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씨는 “지금은 이 일을 도저히 그만둘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이나 선생님들과 정이 들었다”며 “사회 경험도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교육분야여서 그런지 ‘솔직함’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 여성 창업자에 대한 조언으로는 “사업을 잘 운영한다고 생각지 않아 대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앞뒤 계산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작은 일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함께 일하는 10명의 교사들과 평생 함께 일할 터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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