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서비스업 공동화' 걱정…글로벌기업들 콜센터 이전 붐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7시 44분


선진국 기업들이 콜센터와 같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잇달아 인도 등으로 옮기면서 ‘제조업 공동화’에 이어 ‘서비스업 공동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전 세계 공장을 유치해갔다면, 인도는 ‘영어 구사가 가능한 고급 인력’을 무기로 서비스업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로 가는 글로벌 기업=컨설팅 업체인 포레스터는 지난해 “서비스업의 해외이전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2015년까지 미국에서 3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제너럴일렉트릭(GE)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상당수 미국 기업이 고객 상담 등 단순 업무는 이미 인도로 옮겼다.

초기에 인도 영어 특유의 억양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발음교정 등 끊임없는 ‘품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고객들의 불만도 줄어들었다. 인도에서는 매년 대졸자가 200만명 정도 배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가 영어를 구사한다.

최근에도 영국의 HSBC그룹이 4000개의 일자리를 영국에서 인도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도 올해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에 기업 회계 관련 부서를 옮겼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필리핀 등 영어가 가능하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가 인기 국가. 유럽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폴란드와 체코 등도 선호한다.

▽일자리 축소를 걱정하는 선진국=아직까지도 아웃소싱 업무의 해외 비중은 낮은 편. 미국의 경우 전체 아웃소싱에서 해외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그러나 해외 비중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서비스업의 해외이전 가속화→서비스업 공동화(空洞化)→일자리 축소→고(高)실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반감이 커지면서 미국 뉴저지주는 최근 사회복지 관련 상담업무를 당초 인도 회사에 아웃소싱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이를 취소했다. 인디애나주도 인도의 정보통신(IT) 아웃소싱 회사와 맺었던 1500만 달러 계약을 해지했다.

▽인도 콜센터 직원들의 경쟁자는 기계?=정부 차원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해외이전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한다.

해당 기업으로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콜센터 등을 유치한 국가도 고용창출과 함께 세수(稅收) 증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윈윈(win-win) 관계인 셈이다. 그러나 기술발전이 이 같은 서비스직종 해외이전의 가장 큰 적으로 떠오를 전망. 음성인식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단순한 고객 상담 업무는 기계가 사람을 대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의 콜센터 직원이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업 해외 이전의 윈윈 효과 (단위:달러)
미국인도
투자자 및 소비자 편익0.58근로 소득0.10
관련 장비 인도 수출0.05인도에 유보된 순익0.10
미국에 송금된 인도법인 순익 0.042차 하청업체 수입0.09
기존 근로자의 재고용에 따른 부가가치0.45∼0.47중앙정부 세수0.03
지방정부 세수0.01
총 편익1.12∼1.14총 편익0.33
*미국 기업이 인도에 서비스업을 옮길 때 투자한 비용 1달러당 편익.
자료:이코노미스트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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