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초특급 '인사태풍' 분다…내년 은행장 8명 임기만료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7시 50분


금융계가 내년에 다가올 ‘초대형 인사태풍’을 앞두고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태풍의 눈’은 내년 중 행장 8명의 임기가 끝나는 은행권. 또 각종 금융 및 증권관련 기관장도 대거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편의 방향은 금융계 자체 변수 외에도 정부 경제부처 및 한국은행 등의 인사와도 맞물려 복잡한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 고위인사들의 거취를 둘러싼 미묘한 갈등도 만만찮다.

▽은행권이 태풍의 진원지=은행권은 이미 인사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섰다.

우리금융지주 윤병철 회장과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난다. 한미은행 하영구 행장과 기업은행 김종창 행장은 5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10월,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1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 밖에 경남은행의 강신철 행장, 광주은행 엄종대 행장, 전북은행 홍성주 행장의 임기도 내년 3월에 끝나 행장직무대행 체제인 외환은행까지 포함하면 윤 회장을 제외하더라도 총 9명의 은행장 자리가 비는 셈이다.

물갈이의 폭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윤 회장을 포함해 전광우 민유성 두 부회장의 임기가 모두 3월에 끝나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금융계에서는 올해 지주(持株)회사인 우리금융과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회계처리 및 우리카드 합병을 놓고 내부 불협화음을 보인 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회장 및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내부인물은 이덕훈 우리은행장과 전광우 우리금융 부회장. 또 외부에서는 정기홍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연원영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 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박철 한은 고문, 김종창 기업은행장 등이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이헌재 펀드’가 돌발 변수로 등장했다. 이 펀드가 만들어져 실제로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금융계의 ‘이헌재 사단’으로 꼽히는 김상훈 국민은행 이사회 회장 등이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장 중 최고령인 김승유 하나은행장 후임에는 윤교중 수석부행장이나 김종열 부행장의 내부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김승유 행장이 지주회사 회장을 맡을 수도 있다.

공석인 외환은행장에는 우병익 한국론스타 사장,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이달용 행장직무대행은 임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 1대 주주인 칼라일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한미은행장에는 하영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강정원 홍석주씨가 후보로 지목된다.

올해 초 경질설이 나돌던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최근 정부 보유 지분을 자사주(自社株)로 매입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났고 외국인 대주주들의 신망도 두텁기 때문. 일단 김 행장은 “아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년에 물러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 광주은행장은 지주회사 상무급 중에서 새로 선발될 전망이다. 홍성주 전북은행장은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유임 가능성이 높다.

▽금융 유관단체 기관장도 대폭 물갈이=내년에는 은행장뿐 아니라 금융관련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대규모 인사 수요가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은법 개정으로 증권업협회 추천인사인 최운열 금통위원이 올해 말에 물러난다. 내년 4월 임기만료인 김원태 남궁훈 이근경 위원 자리는 예전처럼 각각 한은 금감위 재정경제부 추천 인사가 물려받을 전망이다.

증권분야 기관장들의 임기도 내년에 몰려 있다.

올해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 바람’을 피했던 맹정주 증권금융 사장은 내년 6월에는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각각 2월과 3월 임기가 끝나는 오호수 증권업협회장과 노훈건 증권예탁원 사장은 증시 통합작업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 변수지만 역시 교체 가능성이 높다. 증협회장에는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과 황건호 전 메리츠증권 사장 등이 거론된다.

▽지역편중은 없을 듯=노무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규모로 진행될 내년 금융권 인사에서 특정지역 출신이 눈에 띄게 약진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과거에 비해 편중현상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과거 금융계 인사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자리가 폐지됐고 역할을 대신할 사람도 없다는 것. 또 외국자본의 은행지분이 급증한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입김’을 미친다면 오히려 이번에는 지역 안배를 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영삼 정부 때는 윤병철 회장 등 경남권 인사, 김대중 정부에서는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을 비롯해 김정태 이강원씨 등 호남권 출신 인사가 약진하는 등 정권의 향배는 역대 금융권 인사에 큰 영향을 미쳐 왔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리금융과 기업은행 인사는 ‘정부의 뜻’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합쳐 출범하는 통합거래소와 증권업협회 증권전산 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은 재경부, 금융연구원과 결제원 등은 한은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내년에 임기만료 맞는 주요 은행장 및 금융계 고위인사
기관현직임기만료
은행권우리금융지주윤병철 회장3월
전광우 부회장3월
민유성 부회장3월
엄종대 광주은행장3월
강신철 경남은행장3월
우리은행이덕훈 행장3월
국민은행김정태 행장10월
하나은행김승유 행장12월
외환은행이달용 행장대행내년초
기업은행김종창 행장5월
한미은행하영구 행장5월
전북은행홍성주 행장3월
금융기관 및 단체금융통화위원회김원태 위원4월
이근경 위원4월
남궁훈 위원4월
최운열 위원12월
증권업협회오호수 회장2월
금융결제원윤귀섭 사장4월
증권예탁원노훈건 사장4월
투신업협회양만기 회장6월
증권금융맹정주 사장6월
국제금융센터김창록 소장4월
한국금융연구원정해왕 원장7월
신설주택금융공사 사장1급3월
IMF 상임이사차관급 또는 1급11월
통합거래소 이사장차관급내년초
주:신설은 신설 직급 및 위임 시기.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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