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CB-BW 편법발행 제재…중선위, 21개기업에 과징금 부과

  • 입력 2003년 12월 24일 18시 04분


21개 상장 및 등록기업이 편법으로 해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가 모두 4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또 이들 기업의 해외 CB 및 BW 발행 과정에서 주간사회사로 참여한 12개 증권사도 함께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어 해외 CB와 BW를 발행한다고 신고한 뒤 실제로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거나 대주주 지분 확대에 이용한 21개 기업에 대해 모두 39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증선위는 또 한누리투자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브릿지증권 KGI증권 SK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모두 9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7개 증권사에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대주주 지분 확대와 주가 상승에 활용=증선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과 효성, 동양메이저 등 대기업들은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편법으로 해외 CB와 BW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 회사가 1999년에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2억달러의 BW 가운데 약 3분의 2인 1억35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또 현재현(玄在賢) 동양메이저 회장은 발행물량의 16.6%, 조석래(趙錫來) 효성 회장의 큰아들인 조현준(趙顯俊) 효성 부사장 등 3명의 특수관계인은 57.2%를 각각 인수했다.

오갑수(吳甲洙)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들 대기업은 해외에 발행한다고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대주주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대부분을 인수해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BW에 행사가격 재조정권한(리픽싱 옵션)이 부여된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도 부실공시로 지적됐다.

이 권한은 주가가 하락할 때 CB와 BW의 행사 가격을 낮춰줘 보유자는 아무 손실이 없이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데 반해 소액주주들은 주식가치의 손실을 본다. 증선위는 이들 3사가 최근 신주인수권을 자진 소각한 점을 감안해 검찰 고발 등의 강경 조치는 내리지 않고 과징금만 부과했다.

한편 디지틀조선일보 미디어솔루션 비트컴퓨터 등 한때 해외증권 발행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했던 코스닥 기업들은 실제로는 국내투자자에게 CB와 BW를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창수 금감원 공시심사 2팀장은 “해외발행이 여의치 않아 할 수 없이 국내에 매각한 경우도 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다”고 말했다.

▽반응 및 관련기업 지배권의 영향=이번에 적발된 대부분의 기업은 “증권사들이 총액 인수를 한 뒤 국내에 판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림산업은 “주간사회사인 동양증권이 총액 인수한 뒤 국내 증권사나 보험사에 판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분방어를 위해 BW를 발행한 기업의 대주주들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1999년 5월과 8월에 발행된 BW의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했다면 1040만주를 추가로 확보해 현재 9.7%(특수관계인 포함하면 17.02%)에서 23.2%(특수관계인 포함하면 30.82%)로 높일 수 있었으나 무산됐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본부장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1대주주인 템플턴과 2대주주인 캐피탈그룹의 지분을 합치면 34.44%로 정몽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보다 훨씬 높아 경영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법 해외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적발 기업
회사해외 CB·BW
발행금액
(백만달러)
과징금
(백만원)
현대산업개발㈜200500
㈜효성30171
동양메이저㈜30352
㈜동원10168
대림산업㈜50500
㈜휴니드테크놀러지스20216
㈜유양정보통신1284
동원수산㈜518
㈜데이콤100500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50461
한성기업㈜1743
하나로통신㈜100500
㈜비트컴퓨터590
㈜가로수닷컴1184
㈜와이지-원1067
㈜택산아이엔씨667
㈜디지틀조선일보1045
㈜미디어솔루션833
벤트리㈜1319
한국유나이티드제약㈜1037
㈜휴닉스524
7023,979
자료:금융감독원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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