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국민연금의 현행 구조를 내버려 두면 2036년에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에는 기금이 바닥난다. 2050년에는 거둬들이는 돈보다 내줄 돈이 407조원이나 많아진다. 우리 자녀의 두 손에 ‘고성능 빚 시한폭탄’을 쥐여준 셈이다. 더구나 지금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연금을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잘못된 제도를 하루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현 세대도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국민연금 개혁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진다. 현재는 노후연금을 받는 사람이 108만명이지만 2008년에는 323만명이 되고 이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설득해야 할 대상도 많아지고 막무가내로 반발할 가입자도 늘어난다.
정치인들이 무슨 명분을 내세운들 국민연금 개혁에 반대하거나 미루는 속내가 표(票)에 있음을 대다수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눈앞의 총선 표 얻자고 재정 위기를 키워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국민연금 지급액을 깎으면 ‘용돈제도’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국민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용돈제도’로의 개악(改惡)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의 정치적 부담을 야당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직접 나서 반대론자들과 야당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당장 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총선에서의 작은 이해 때문에 국민연금 위기를 키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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