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7시반 쌀쌀한 날씨의 서울역에서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나눠주고 있었다. 300여명의 노숙자들이 이내 모여들었고 노숙자들은 친숙한 표정으로 직원들과 몇 마디 말을 나누며 밥을 받아갔다.
노숙자 무료급식에 나선 이들은 봉사단체 회원이 아니라 중소 건설업체인 인정건설의 직원들. 이들은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울역에 나와 국과 밥을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평직원은 물론 임원들도 모두 이 활동에 참가한다. 2001년 여름부터 시작한 무료급식 봉사는 벌써 2년을 넘겼다.
이들이 이처럼 매월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봉사를 중시하는 회사의 방침 때문. 인정건설은 ‘봉사의 기업’이라고 불릴 만큼 사회봉사에 적극적이다.
“봉사하지 않는 기업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이 회사 이종근 회장(61)의 소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회장은 항상 “우리 회사는 봉사의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 자신도 해외출장 등 불가피한 사정이 없으면 꼭 무료급식 활동에 참가해 손수 밥과 국을 퍼 준다.
직원들의 호응도 높다. 이 회사 김승필 대리는 “다른 회사 사람들은 ‘귀찮지 않으냐’고 물어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을 돌보면 보람도 느끼고 동료애도 깊어진다”고 말했다. 직원들 모두 귀찮다는 생각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참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송년회, 신년회 등으로 흥청망청 보내기 쉬운 겨울이지만 인정건설의 겨울 달력은 갖가지 봉사활동 계획으로 채워져 있다. 11일 서울역 무료급식을 실시한 데 이어 성탄절인 25일에도 20여명의 직원들이 급식봉사를 할 예정.
26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결핵환자들을 돌보는 봉사계획이 잡혀 있다. 가난 때문에 연탄도 못 때는 결핵환자들에게 쌀과 연탄 등 생필품을 손수 날라줄 예정. 이 봉사는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또 다음달에는 서울의 한 달동네를 방문해 연탄과 김치를 나눠주는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인정건설은 내년 중 노숙자들이 언제건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무료급식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종근 회장은 “직원들이 자기 손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도우면서 ‘따뜻한 마음’을 키워나가는 것 같아 기쁘다”며 “힘들다는 표도 내지 않고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 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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