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체제 정비 마무리=새해에 4대 은행의 결전이 예상되는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던 합병과 이에 따른 후유증이 대부분 정돈됐기 때문.
국민은행은 2001년 11월 주택은행과 합병한 뒤 2년간 두 은행의 유기적 결합에 주력해 합병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올 8월에는 적자투성이였던 국민카드를 합병해 가장 큰 골칫덩이도 해결했다.
2001년 4월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대다수 은행의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올해 지주회사의 핵심인 우리은행이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면서 합병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카드를 내년 3월까지 합병하기로 결정해 마지막 ‘뇌관’도 제거했다.
올해 9월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해 ‘몸집 키우기’에 성공한 신한금융지주는 국민은행에 이어 자산규모 2위의 ‘거대은행’이 됐다. 최근에는 신한과 조흥은행이 공동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교류를 하는 등 시너지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도 두 조직간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봉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은행권을 뒤흔들었던 ‘SK네트워크(옛 SK글로벌) 사태’의 주채권 은행 역할을 무난히 수행해 4강 체제 안에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HSBC 씨티은행 스탠더드차터드 등 세계적 은행의 움직임도 메가뱅크간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무한경쟁의 키워드는 수익성과 효율성=2003년으로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4대 은행간 ‘양적 경쟁’은 대부분 끝나고 내년에는 ‘질적 경쟁’의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한정태(韓丁太) 애널리스트는 “2003년을 끝으로 은행권의 ‘덩치 키우기’는 일단락됐으며 이제는 질적인 측면을 보강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를 먼저 만드는 은행이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연구소의 김장희(金璋熙) 선임연구원은 “내년에는 자기 은행이 보유한 우량고객의 이탈을 막고 다른 은행의 우량고객을 뺏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사령부 격인 ‘본부’의 영업 및 경영능력이 우수한 쪽이 승기(勝機)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이와 함께 △프라이빗뱅킹(PB) △자산유동화증권(ABS)발행시장 △사회간접자본시장 등에서도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에 찬 은행장들=올해 최대 흑자가 예상되는 우리은행이 먼저 공세를 취할 공산이 크다. 이덕훈(李德勳) 우리은행장은 “새해에는 ‘빅4’가 세게 붙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1인자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증권 카드 부문을 보완하며 공격적 포지션을 취할 전망.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며 내년 중 (증권 카드사 인수와 관련)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합병 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은 신한은행은 수비에 무게가 실릴 듯. 신상훈(申相勳) 신한은행장은 “외형성장보다 수익성에 중점을 둔 경영을 해 나갈 것이며 예금 대출 부문에서 핵심고객과 거래를 심화하고 비(非)이자 부문 수익원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 면에서 ‘절대 강자’인 국민은행은 4강 내부의 싸움에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실력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빅4라고 하지만 국내 은행간 격차는 상당히 크다”면서 “이보다 HSBC 씨티은행 등 ‘글로벌 플레이어’의 국내 진입 여부가 내년 중 판가름 날 것이며 이 중 하나라도 들어온다면 국내 4강 은행은 (외형과 경쟁력 면에서) ‘도토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4대 은행 규모 및 수익성 비교 (자료:각 은행) | ||||
국민 | 신한+조흥 | 우리 | 하나 | |
총자산(억원) | 2,238,811 | 1,469,030 | 1,075,000 | 878,952 |
자기자본(억원) | 101,078 | 52,506 | 78,377 | 29,577 |
점포(개) | 1,266 | 924 | 685 | 576 |
직원(명) | 26,904 | 14,584 | 12,934 | 6,998 |
자기자본이익률(%) | -3.32 | 13.75(신한) | 33.46 | 16.73 |
1∼9월 순이익(억원) | -3,821 | 3,131(신한) | 11,577 | 3,404 |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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