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년 증시.’ 2003년 주식시장이 30일 폐장한다. 올 한해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개미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썩 좋지 않다. 외국인이 독주한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코스닥시장이 더하다. 업종별 종목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인수합병(M&A)테마가 본격 부상하는 등 화제도 많았다. 올 한해 증시를 3회에 걸쳐 결산해 본다.》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저점이었던 515.24(3월 17일) 대비 최고 822.16(12월 15일)까지 59.6% 올랐다.
거래소시장의 주도 세력은 단연 외국인. 개인과 기관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 따라 움직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별 성적표도 크게 달라졌다.
M&A 관련 테마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고 주요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경영 간섭까지 나타났다.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도 심해졌다.
▽외국인은 사고, 국내 투자자들은 팔고=작년 말 36% 수준에 머물던 외국인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24일 현재 40.4%로 증가했다. 거래소시장 시가총액 347조원 가운데 140조원은 외국인 차지다.
이들이 올해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사들이면서 한때 우량주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외국인들은 98년 증시 전면개방 이후 가장 많은 13조8374억원대의 주식을 올해 순매수했다.
이에 반해 기관들은 올해 들어 9조877억원, 개인들은 5조7462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외국인과 ‘거꾸로 투자’에 나섰다. 이들의 매도 규모 역시 사상 최대. 특히 기관투자자는 카드채 사태와 펀드 환매에 발이 묶이면서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비중 확대는 앞으로 고배당 요구와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경영 참여 등으로 이어지며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 활동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된 양극화=수출주와 내수주,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주가등락이 엇갈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졌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일부 대형주들은 연일 신고가(新高價) 행진을 이어간 반면 중소형주는 증시 조정기에 대안으로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지지부진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과 개인의 수익률 차이도 커졌다.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한 ‘개미’들의 올해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13.7%로,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상승률 46.9%와 차이가 크다.
국내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출주와 내수주 주가도 크게 엇갈렸다. 수출주의 평균 상승률(1월 2일∼12월 24일)은 96%에 이르지만 내수주는 전반적으로 약세여서 섬유의복 관련주가 36.9%, 통신주가 10.86% 하락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업황별 주도주의 약진이 돋보였다. 정보기술(IT)주가 주도권을 상실한 뒤 뜨기 시작한 해운, 조선주의 평균 상승률은 188%에 이른다.
▽증시 최대 테마는 M&A=M&A테마는 올해 증시를 후끈 달구었다. 최대 관심사였던 소버린자산운용과 ㈜SK간 지분 경쟁, 현대엘리베이터와 금강고려화학(KCC)의 경영권 분쟁은 내년에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양측간 주식 매집에 이은 법정 공방에 희비가 엇갈리면서 주가도 엎치락뒤치락했다. 5000원대였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8만9000원까지 10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내년 초 주주총회 표대결을 앞둔 SK와 소버린의 싸움은 외국인의 대기업 경영 간섭 논란을 촉발, ‘증시의 이정표’를 찍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외국계 자본의 하나로통신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사상 초유의 소액주주 표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차와 한미은행, STX 등 M&A와 관련된 재료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증시에서 M&A의 영향은 내년에 더 커질 전망이다.
2003년 외국인 및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종목 | |||||
외국인 | 개인 | ||||
종목 | 순매수(억원) | 주가등락률(%) | 종목 | 순매수(억원) | 주가등락률(%) |
삼성전자 | 17,767 | 36.55 | 삼성전기 | 3,071 | -15.51 |
LG전자 | 8,006 | 36.27 | 삼성증권 | 2,969 | -16.69 |
한국전력공사 | 5,177 | 19.34 | 현대건설 | 2,722 | -32.24 |
포스코 | 4,927 | 33.05 | LG투자증권 | 1,914 | -41.84 |
국민은행 | 4,764 | 2.74 | LG | 1,043 | 16.25 |
한미은행 | 4,526 | 79.03 | 753 | -9.65 | |
금강고려화학 | |||||
현대자동차 | 4,301 | 67.13 | 아남반도체 | 725 | -2.88 |
SK텔레콤 | 4,042 | -10.00 | LG화학 | 699 | 24.70 |
하나은행 | 3,922 | 31.94 | 대신증권 | 607 | 10.37 |
현대모비스 | 3,130 | 160.87 | 대우증권 | 450 | -12.01 |
기간은 2003년 1월 2일~12월 24일(우선주, 신규상장, 주식병합 제외). 자료:증권거래소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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