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소액주주 “나, 어떡해”…감자소식에 매도시점 고민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7시 12분


LG카드 채권은행단이 소액주주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비율로 감자(減資)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LG카드 투자자들은 26일 앞 다퉈 LG카드 주식을 매물로 내놓았다.

반면 LG카드 후순위채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채권단이 채무탕감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안도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 사이에서는 LG카드 감자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은 이미 매도 시점을 놓쳤다며 기업가치가 다시 오르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6일 증시에서 LG카드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3640원에 마감되면서 이로써 LG카드 주가는 채권단이 감자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24일에 이어 이틀째 하한가를 이어갔다.

LG카드 채권단은 전날 회의를 갖고 1조원을 출자전환해 75% 안팎의 LG카드 지분을 확보한 뒤,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 균등감자를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출자전환 지분과 템플턴자산운용 등 해외주주들의 지분, 소액주주 지분 등은 모두 2.5대 1로 균등감자될 것으로 보인다.

‘감자는 없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있었던 소액주주들은 이에 따라 LG카드 주식을 투매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감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지금까지 LG카드를 매도하라고 권유해왔다”며 “지금 팔아도 큰 손해를 보는 소액주주들은 LG카드의 기업가치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다른 증권사 연구위원은 “아직 감자 비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앞으로 채권단이 LG카드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어떤 악재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소액주주들은 무조건 팔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LG카드가 발행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후순위채 가격은 이날 오히려 강세를 보이는 등 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만원 CB는 이날 증시에서 전날보다 300원 오르며 670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금액도 11억6500만원으로, 전날(2억9900만원)의 4배 수준에 육박했다. BW도 전날에 비해 320원 오른 6700원에 마감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처럼 LG카드 후순위채 가격이 오르는데 대해 채권은행단이 채무탕감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입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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