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푼씩 모은 재산을 투자했는데 연초부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울화병으로 죽을 것 같습니다.”(개미투자자 B씨)
최근 금융감독원의 검찰 고발로 매매가 정지된 대호 동아정기 중앙제지 모디아 등 4개 회사의 투자자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인터넷에는 연일 이들의 분노 어린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회사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은행의 주금(株金) 납입 보관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가 적발됐다. 돈 한 푼 없이 주식을 찍어낸 셈이다. 사채업자 등에게서 돈을 빌려 증자 대금을 납입했다가 증자 직후 돈을 빼내 챙기는 ‘주금 가장 납입’ 행위의 최소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 “전례가 없는 범죄”라며 증권거래소 직원들마저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호의 경우 상장주식 가운데 3%만이 정상적으로 발행됐고 나머지는 유상증자 대금 한 푼 없이 만들어진 ‘유령 주식’이다. 중앙제지는 이번에 적발되지 않았으면 6일 신주 상장이 예정됐던 250억원어치의 유령 주식이 그대로 유통될 뻔했다.
이런 가짜 주식은 이론상 감자(減資) 등 형식으로 소각해야 한다. 그러나 유통주식 중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도 3월 말까지 일단 매매를 정지시킨 것 외에 아직 마땅한 대응 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및 공모자들이 허위납입으로 발행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아 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쪽은 이들 주식이 휴지조각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들인 투자자들이다.
“개인들이 증시를 떠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렇게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의 질서와 신뢰를 무너뜨린 기업들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유가증권 발행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관련 규정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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