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성공스토리를 크게 다루면서 이같이 뒷맛을 남겼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분야 경쟁력은 우수하지만 지식산업 기반이 취약해 미래를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전자에 대해 이런 코멘트를 한다면 ‘2004년 한국경제’는 어떤 얘기를 들어야 할까?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의 ‘탈(脫)한국’ 바람으로 시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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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씨소프트의 '지식투자' 사례 |
▽새로운 성장동력=국내 휴대전화 업체 벨웨이브는 공장이 없다. 휴대전화기를 직접 만들어 파는 것보다는 기술 로열티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연구개발(R&D)만 한다. 전체 직원 330명 중 75%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받고 디자인과 기술을 수출하는 방법으로 지난해 4200억원대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순이익은 4배 가까이 된다.
한국산 온라인 게임은 중국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을 휩쓸면서 세계 시장 1등 상품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는 5900억원으로 수출액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제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수준에 이르려면 제조업만으로는 어렵다. 지식기반산업이 열쇠다. 기업의 성공 공식도 변하고 있다. 첨단분야 연구개발에 집중하거나 기존의 분야에서 지식정보를 잘 활용하는 기업들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 위주의 경제 틀을 지식기반 산업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최정규 맥킨지 디렉터의 지적이다. 지식기반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공학기술(NT) 등 첨단기술관련 산업과 e비즈니스, 컨설팅, 물류, 금융 등 비즈니스 서비스업을 모두 포함하는 말.
▽소프트웨어로 가자=IT 분야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IBM과 HP는 아예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상품을 중대형 컴퓨터, PC 등 하드웨어에서 컨설팅을 가미한 IT 서비스로 바꾸고 있는 것. 기업고객에게 IT 인프라를 제공하고 전기나 수도처럼 쓴 만큼 요금을 받는 ‘유틸리티 컴퓨팅’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강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 인텔도 제조업의 미래에 불안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인텔은 첨단 신기술 분야 연구개발과 동시에 인터넷 건강진단 같은 지식기반 서비스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구개발에만 4조원가량을 투입한다. U(유비쿼터스)헬스사업, 서비스용 로봇, 미래형 반도체 등 전자·통신 등의 기술을 결합한 미래 사업 추진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서비스업에서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컨설팅 등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비중은 6.9%에 불과했다. 음식 숙박 부동산중개업 등 소비성 서비스업의 비중이 21%나 됐으며 나머지는 도소매 물류 공공서비스 등.
지난해 영국의 민간연구소 로버트 허긴스 어소시에이츠의 조사에서도 서울의 지식경쟁력 순위는 전체 125개 도시 중 117위였다.
지식기반 산업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기업들이 손쉬운 응용기술에만 매달리는 연구개발 풍토. 컨설팅업체 KRG의 전원하 대표는 “지금까지는 응용기술로도 가능했지만 중국을 따돌리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핵심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순봉 전무는 “한국은 IT인프라 강국인데다 노동력의 질도 우수해 지식산업의 성장잠재력은 크다”며 “첨단 지식산업과 기존 산업이 조화를 이루면 경제의 재도약도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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