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백화점 고급 신사복 3만원

  • 입력 2004년 1월 6일 15시 22분


"솔직히 정장이 3만원이라면 품질은 '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보니까 백화점 매장에 걸린 정장과 별 차이가 없네요." (최영자씨·36·서울 구로구 궁동)

5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애경백화점 여성주차장 인근에 자리한 행사매장. 100m 밖에서도 보일만큼 큼직한 플래카드에 적힌 '국내 최저가 신사정장'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 야외 행사장에서는 액시브 옴므, 가르시아, 아빌닥슨, 인클라인, 칸스로드 등 5개 브랜드의 정장이 3만~7만원에 판매된다. 하루 이틀 반짝 고객을 끄는 초특가 행사와 달리 세일 기간 계속 이어지는 행사라는 게 주요 특징.

백화점 영업으로 치자면 가장 손님이 없는 날이 월요일. 하지만 100여평 남짓한 최저가 행사장은 알뜰 쇼핑을 하는 고객으로 꽉 들어찼다.

"말도 마세요. 원숭이 띠 고객들에게 50% 추가 할인을 해 준 3일과 4일에는 하루 4000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어요. 대기 손님 줄이 50m를 넘었고, 30여명의 백화점 직원들은 점심과 저녁을 못 먹을 만큼 바빴어요."

이번 행사의 인기를 실감하게 만드는 김종우 애경백화점 남성복 바이어의 설명이다.

제품이 싸다면 고객 눈길을 끌겠지만, 정작 구매하도록 만들려면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자는 '과연 정상가 35만원짜리 정장이 3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 정상적인 판매라면 정장 1벌이 3만원까지 떨어질 수는 없죠. 하지만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재고(在庫)가 쌓였다면 이 같은 초저가 행사도 가능하죠."

이번 행사에 참가한 액시브 옴므의 지경훈 영업부 차장의 설명이다.

신제품 정장을 선보일 당시는 제값을 다 받지만 3개월이 지나 시즌이 바뀌면 20~30% 세일에 들어간다. 6개월 정도 지나면 40~6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상설 할인매장으로 넘겨지거나 재고 창고에 쌓이게 된다.

이번 행사에 나온 제품들은 대부분 2002년과 지난해 선보였던 제품.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재고 창고에 쌓여있던 제품들이다.

품질은 애경백화점이 보장했다. 특히 액시브 옴므와 아빌닥슨은 예전에 애경백화점 내에서 팔렸던 것이다.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파니 자연히 고객이 몰렸다. 주말 하루 판매액이 2억원을 넘어서면서 백화점 내 가장 높은 단일 매장 매출을 올렸다. 정장을 사 가면서 오히려 직원에게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사실 이번 행사를 할지 말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초저가 행사가 '고품격'을 지향하는 백화점 이미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체면'보다 '실속' 아닌가요. 업체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고, 고객에게 싼 제품을 공급한다면 체면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바이어의 말에서 불황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백화점의 고충이 느껴졌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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