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요금과 서비스의 우월성을 알리기보다는 ‘40만원 할인’ ‘단말기 공짜’ 등 허위광고로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광고에 현혹되다가는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번호를 바꾸지 않고 서비스가 좋은 사업자를 고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자는 번호이동성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
▽소비자는 뒷전=이동통신 3사는 24개월간 200만원가량의 통화요금을 내야만 40만원을 할인해 주는 약정할인요금제를 소개하면서 “이 돈을 새 단말기 구입에 쓰라”고 광고하고 있다.
회사원 최정호씨(30·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광고를 보고 대리점을 찾았다가 실상을 알고 발걸음을 돌렸다”며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SK텔레콤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바꿀 경우 단말기를 새로 장만해야 하는데, 통신사업자들이 이 부담을 감추려고 하면서 생기는 일.
SK텔레콤은 1일부터 1800만 자사가입자에게 걸리는 통화연결음에 ‘SK텔레콤 네트워크’라는 음성안내를 무단 삽입했다. 유료 통화연결음(컬러링) 사용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SK텔레콤측은 “통화품질 실명제로, 안내음을 없애려면 별도 신청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번호이동 실태=6일 현재까지 SK텔레콤에서 LG텔레콤이나 KTF로 사업자를 바꾼 가입자는 모두 6만여명. 신청은 했으나 정보입력 오류, 요금 체납 등으로 사업자 변경이 거부된 가입자도 3만여명에 이른다.
3일 KTF는 “LG텔레콤 가입자는 작년 유치한 예약 가입자를 더했기 때문에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5일엔 LG텔레콤이 “KTF가 불법보조금을 지원해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며 반격했다. 이동통신 3사는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비방과 정보통신부에 신고·제소를 반복하고 있으나 정통부는 6일 “번호이동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팔짱 낀 정통부=통신위원회는 최근 번호이동성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이 같은 위법·부당사례를 조사하겠다고 5일 밝혔다. 그러나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SK텔레콤도 신규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7월부터는 경쟁이 더욱 심해질 게 뻔하기 때문에 KTF와 LG텔레콤은 ‘제재 받고 과징금 내면서 6월까지 가겠다’는 분위기. 한 후발업체 관계자는 “거대한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SK텔레콤이 움직이지 못하는 6월 말까지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며 “무리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