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24시간 가동땐 일자리 209만개 생겨"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34분


문국현(文國現·사진) 유한킴벌리 사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도사다.

“공장에 교대근무제를 도입하라. 그리고 설비를 24시간 가동하라. 여가가 생긴 근로자를 평생 교육하라. 그러면 인건비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는 생산성 향상이 이뤄진다.”

유한킴벌리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뉴 패러다임을 도입해 25% 감원예방 효과를 거뒀다. 이후 지난해까지 시간당 제품생산량이 47% 늘었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와 162% 증가했다. 2003년 말까지 무재해 582일을 달성했다. 이런 성과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해 ‘2003년 한국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됐다.

문 사장을 만나봤다.

―뉴 패러다임을 적용하면 일자리가 얼마나 느나?

“209만개다. 한국 근로자 1415만명 가운데 법정근로시간 44시간을 넘겨 일하는 근로자는 867만명, 56시간 초과 근로자는 276만명이다. 초과근로시간을 일자리로 환산하면 209만개다.”

―당장 인건비 증가 부담이 클 텐데….

“시혜를 하라는 게 아니다. 산재부담을 털어내고 공장설비를 24시간 가동하자는 말이다. 아울러 지식과 건강의 가치를 믿자는 얘기다. 경영자들이 잘 알 것이다. 손발만 움직이는 근로자에겐 월 100만원도 아깝다. 머리까지 쓴다면 400만원도 아깝지 않다. 주인의식까지 곁들여지면 1000만원 값어치를 한다.”

―어떤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가?

“모든 기업이 해당된다. 근로자가 공부해서 손해 볼 기업이 어디 있나? 고정자산이 많은 사업장에서 가장 효과가 크다. 도서관이나 박물관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야간개장을 하면 된다.”

―최고경영자(CEO)들의 반응은 어떤가?

“‘공감은 하지만 초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성과가 1년 안에 안 나면 자리보전이 어렵다’며 망설인다. 대주주가 기다려 주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국제경쟁에 노출된 대기업이 관심이 높다. 중소기업 CEO들은 아직은 인재양성보다 인건비에 집착하는 것 같다.”

―노사관계에 대한 관점은 뭔가?

“노조 없는 삼성전자도 세계 일류이고 노사분규가 잦은 현대자동차도 일류다. 물론 분규가 없는 쪽이 낫지만 노사관계가 경쟁력의 제1요인은 아니다. 분규가 왜 생기는지 생각해 보자는 거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접근방식이 문제다. 너무 조급해 마음을 사는 경영을 못 한다. 너무 바쁘다 보니 의사소통이 부족해진다. 자꾸 감추다가 신뢰를 잃기도 한다. 90%는 같은 생각을 하는 노사가 나머지 10%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면서 노사분규가 생긴다.”

―중국이 무섭지 않나?

“비용 경쟁으로는 안 된다. 디자인, 브랜드, 기술, 지식의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노사간 신뢰가 쌓여야 한다. 우리 근로자들은 정교하고 정감이 많아 주인의식을 심어주면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다. 신뢰와 기술의 결합, 이것이 앞으로 10년간의 한국경제 절체절명의 과제다.”

문 사장이 이끌고 있는 ‘뉴 패러다임 포럼’은 노동부, 산업자원부와 손잡고 2월경 ‘뉴 패러다임 센터’를 개원할 예정이다. 센터는 뉴 패러다임 사업을 시범실시하고 이를 개별 사업장에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현장 실천지침을 체계화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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