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외국에 매각 검토…산은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

  • 입력 2004년 1월 11일 17시 37분


산업은행이 이르면 12일 LG카드에 경영지원단을 파견하면서 LG카드 경영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산은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공모(公募)를 통해 LG카드 새 경영진을 구성해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이 회사를 외국계 자본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는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일반 기업이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다.

8일 오후부터 이틀간 중단되었던 LG카드 현금서비스는 10일 오전 8시부터 재개됐다.

▽LG카드 경영정상화 시작=LG카드의 단독관리은행이 된 산은은 12일까지 정상화 준비 조치를 마무리짓겠다고 11일 밝혔다.

이성근(李成根) 산은 기업금융본부 이사는 “LG카드의 기존 부실을 정리하면 빠른 속도로 영업이 회복될 것”이라며 “12일 중 LG카드 채권단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어 정밀 실사(實査)를 실시한 뒤 구조조정 등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9일 외환카드 노조에 직원 50%(360명) 이상을 감원하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LG카드까지 구조조정에 나서면 카드업계의 대대적인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 구성될 LG카드 경영진으로는 ‘카드 경영에 정통한 국내외 전문경영인’이라는 원칙이 세워진 가운데 은행 출신과 외국계 카드사 출신 경영인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은 LG카드 매각은 일단 경영정상화가 끝난 뒤 원점에서 재검토할 방침이다.

윤용로(尹庸老)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은 “당초 채권은행에만 매각하겠다는 원칙이었으나 불가피하게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외국계 자본에도 문호를 개방할 뜻을 내비쳤다.

▽재발 방지 나선 정부=재정경제부는 카드사 출자자 요건을 강화해 기업이 카드사를 인수하는 것을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신제윤(申齊潤)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수신 기능이 없는 일반기업이 카드사를 운영하면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이 카드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LG카드 사태로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일방적으로 민간 금융기관에 요구하던 관치(官治)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은의 단독관리로 타결된 LG카드 처리방안은 상당 부분 국민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은행단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또 “임직원 면책과 추후 손실 보전을 보장해 달라”는 산은 노조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손실 보전 등 제반 애로사항은 경제장관 간담회 등을 통해 협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만약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책임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