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통업계, 죽느냐…사느냐…목숨건 광고대전

이동통신업계의 번호이동성 제도가 연초부터 시행되면서 이동통신회사들의 사활을 건 광고전이 불붙었다. KTF와 LG텔레콤은 이번 기회에 가입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011 고객 빼앗아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고객이탈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힘겨운 수성(守城)을 하고 있다.

▽KTF, 퀴즈로 소비자 유인=KTF는 TV광고에서 두 편의 ‘번호이동 퀴즈 페스티벌’을 선보였다. 1편에서는 농구묘기를 하며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젊은 남자가 보인다.

“이분은 방금 쓰던 번호 그대로 KTF로 이동하여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분의 번호는 무엇일까요?”라는 문제가 나온다. 남자의 티셔츠에 새겨진 11번 번호와 동그란 농구공이 011의 이미지를 만들고 “정말 쉽죠?”라는 멘트로 끝난다. 정답은 ‘011’.

2편에선 레스토랑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는 여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분은 방금 쓰던 번호 그대로 KTF로 이동하여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분의 번호는 무엇일까요?”라는 똑같은 질문이 나온다. 접시의 뚜껑을 열자 동그란 스테이크와 새우 두 마리가 011의 이미지를 그린다. “정말 쉽죠?” 2편에 등장하는 여자 모델 조하얀은 SK텔레콤의 네이트 광고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KTF는 또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단말기를 선물할 때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KTF 약정할인 요금 40만원’ 피켓을 보는 순간 곧바로 ‘딱 좋네’라고 말하며 결정하는 광고도 함께 선보였다.

▽LG텔레콤, ‘스피드’를 지워라=과거 LG텔레콤 광고모델이었던 배용준이 등장해 ‘011’ 앞에 있던 무엇인가를 지우개로 지운다. SK텔레콤의 핵심브랜드인 ‘스피드 011’에서 ‘스피드’라는 단어를 아예 지우고 그 자리에 LG텔레콤이 내세우는 ‘상식이 통하는’이라는 문구를 써넣는다.

이제부터는 ‘스피드 011’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는 011’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뜻으로 아예 SK텔레콤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지우라는 공격적인 광고다.

▽SK텔레콤, 껍데기만 바꾸면 뭐하나=SK텔레콤은 소비자에게 번호이동성이라는 제도가 무엇인지, 이동통신사의 선택기준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비유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먼저 ‘바나나’편. 남자 모델이 바나나 껍질을 정성껏 벗기더니 알맹이는 버리고 무심코 껍질을 씹어 먹는다.

‘엘리베이터’편. 한 남자가 선물꾸러미를 잔뜩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선물이 너무 무거워 정원초과 벨이 울리고 그는 결국 선물을 버리고 몸만 탄다.

바나나 알맹이 대신 껍질을 먹고, 선물을 두고 그냥 가버리는 상황설정은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면서 손익을 따져보지 않고 그냥 다른 회사로 옮길 때 생기는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번호는 그대로 가져갈 수 있어도 SK텔레콤의 품질과 자부심은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