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국회의 정치자금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정치자금의 ‘공급자’인 재계의 입장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4월 총선이 걱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선자금 수사로 재계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재계는 대선자금 제도개선안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李承哲) 상무는 12일 “재계가 전경련을 중심으로 정치자금법 제도개선안을 마련한 뒤 몇 차례나 정치권에 ‘개선방안을 함께 논의해보자’고 말했으나 정치권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4월 총선을 치르면 기업들은 또 다시 검은돈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며 “정치자금법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재계 총수들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 요구 압력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머무는 진풍경이 다시 펼쳐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지난해 11월 정치권에 대한 기업의 직접적인 정치자금제공 금지, 지정기탁금제 부활, 20만원 이상 기부자 명단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제도개선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정치자금제도와 관련해 정치개혁특위는 1회 100만원, 연간 500만원 이상 기부자 인적사항 공개 등 일부 정치자금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원 정수와 선거제도 등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한 뒤 정치자금법 논의자체가 중단된 상태. 또 재계는 이번에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면서 연간 2억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 한도 등 ‘비현실적인’ 부분도 보완하자는 입장이다. 전경련 이 상무는 “기업의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 한도를 이렇게 묶어 놓으면 편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며 “불합리한 규정을 현실화한 뒤 정치자금 제공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정치자금 제도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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